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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시대의 글쓰기, 인간의 주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최근 Chat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은 글쓰기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더 이상 워드프로세서의 빈 페이지 앞에서 머리를 싸매지 않는다. 대신, ChatGPT의 프롬프트 창을 열고 몇 줄의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인간의 습관과 태도, 나아가 창작의 본질마저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AI가 생성한 글은 결국 학습 데이터의 평균값을 요약한 결과물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독창성·비판성·맥락의 깊이는 부족할 수 있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사고 능력’과 ‘자아 형성’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글쓰기 전 과정이 AI에 의해 대체될 경우, 인간은 생각의 깊이를 잃고, 언어를 통한 자기표현 능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특히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집단은 스스로의 ‘생각 알고리즘’을 상실하게 된다. 이들은 AI가 제공하는 평범한 답에 안주하고, 노력 없는 결과물에 중독되며, 결국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은 점차 퇴화한다. 반대로,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AI가 제시한 답이 왜 도출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스스로 더 나은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적·창의적 역량을 갖춘다. 다시 말해, 이들은 ‘프롬프트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 즉 호모 프롬프트로서, AI 시대의 진정한 창작자이자 사고 주체로 살아남는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조력자’로 둘 것인가, 아니면 ‘지배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기술은 본질적으로 가치 중립적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글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창의성의 양극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AI를 잘 다루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끌어올리지만, AI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사고력과 판단력을 잃게 된다. 이 양극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창조적 역량을 저하시킬 수 있다.

 

AI는 인류의 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것은 창의성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지배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 AI는 무한한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는 강력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기자칼럼] 대한민국, 희생자를 자처하는 우리 사회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독일의 학살로부터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민족 국가 건설을 위한 사상인 시오니즘을 발전시켰다. 학살의 기억과 시오니즘은 세대에 걸쳐 군사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분이 됐다. 그렇게 오늘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채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까지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겪었던 민족의 아픔을 정체성으로 삼아 희생자 지위를 이어받는 후속세대의 사고방식을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Victimhood nationalism)’라 한다. 과거에 받은 피해를 근거로 지금 행동에 도덕적 정당성을 호소하는 희생자 의식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만들었다. 한 예로 젠더 갈등 속에서 래디컬 페미니즘 진영은 남성을 가부장제 속 수혜자, 여성을 피해자라 주장하며 사회적 배려와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혁명보다는 고결한 희생자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미러링이란 이름으로 혐오 표현을 반복했다. 반대로 젊은 남성층 일부는 병역 의무와 역차별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자처하고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성향을 정당화했다. 이들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 구조로 결부시키는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