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문명이 발달하고 온갖 이기(利器)가 등장했지만 현대인들의 삶은 갈수록 각박해지기만 하죠. 선사인들이 누렸던 풍요와 여유를 암각화에서 발견하고 이걸 현대적으로 표현해 봐야겠다 생각했죠."
울산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9층 갤러리H에서 지난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 10번째 개인전을 여는 화가 우형순(37.여)씨는 선사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동기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풍요와 가치를 선사인들로부터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삶과 역사'라는 전시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사시대와 현대라는 역사적 간극을 넘나들며 가족이나 사냥, 연애, 축제 등 선사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단면에서 풍기는 풍요와 여유를 담아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는 우씨가 지금껏 관심을 갖고 몰두해 오던 세계 각국의 암각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화폭에 담은 그림도 여러 점 전시돼 눈길을 끈다.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그림의 기원'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암각화를 알게 됐어요. 대학원 석사논문도 '울주 대곡리 암각화(반구대 암각화)의 인물상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썼죠. 선사인들은 '내 한 몸'보다 '모두'를 중요시했고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이 암각화에 잘 드러나 있어요."
그는 선사인들의 그 같은 모습을 자신의 스타일에 버무려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냈다. '선사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작업은 대부분 종이가루나 흙가루, 안료 등 천연재료를 사용했다. 인공물감 특유의 광택을 빼 더 '순수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다.
또 일부 작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문 조각들을 짓이겨 붙여 '선사와 현대의 공존'을 표현했으며 암각화에 새겨진 가축이나 인물의 모습을 학성동 왜성 그림에 삽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우씨는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나오는데, 고래를 혼자 잡을 수 없잖아요. 함께 사냥하고 결과물을 공유하고. 그런 모습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풍요이고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요. 제 작품에 그려진 선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풍요와 여유를 느꼈으면 합니다. 한국인들도 전에 비해 살기는 좋아졌지만 행복지수는 상당히 낮다더군요. "
울산 출신의 우형순씨는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계명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경주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로 울산문화예술회관과 대구 두산아트센터, 반구대 암각화전시관,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등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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