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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문화 공간 부족 현상

학생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늘린다면 해결 가능


사전적 의미의 ‘문화생활’이란 문화 가치 실현에 노력하여 문화 산물을 음미하고 즐기는 생활이다. 문화 산물, 즉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법률 따위의 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데, 우리는 이를 흔히 ‘문화 공간’이라 한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곳은 대학로라고 할 수 있다. 학문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주변에는 식당을 비롯해 PC방, 노래방, DVD방, 술집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인터넷을 즐기고 노래를 부르며 영화 등을 보는 것이 문화 산물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이 행위들을 ‘대학생’ 다운 문화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유익하고 건설적인 문화공간을 대학로에서 찾아볼 수 없을까?

먼저 우리학교 주변을 살펴보았다. 학교에서 성서 이마트까지를 범위로 두고 조사해 보았을 때, 학교 주변에는 술집, PC방, DVD방, 노래방 순으로 가게가 많았고, 이마트 쪽으로 가면서 문화센터 등의 문화 공간이 더러 있었는 데, 아파트단지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보니 대부분이 어린이들 혹은 주부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이루어져 대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문화생활의 대표 격인 영화관 역시 학교에서는 좀 떨어진 롯데시네마가 전부였으며, 서점도 여섯군데가 있었으나 주로 대학 강의 교재 판매가 위주여서 문화 공간이라 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역시 볼링장 몇 군데가 전부였으며, 레코드샵, 전시장·갤러리 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학교 행소박물관은 10월을 행소박물관 방문의 달로 지정하여 행사를 열고 있지만, 학생들보다는 외부인사·주민 위주로 진행돼 정작 학생들은 이용하지 않고 있다. 대구의 대표 문화공간이 될 계명아트센터도 역시 공연 표 값 등 이용금액이 대학생들이 충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아 학생들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성서 주변에는 대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서캠 주변이 낮에는 시끌벅적하고 밤에는 휘황찬란한 것은 서점이나 전시회장, 소극장 때문이 아닌 술집, 노래방, PC방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은 우리대학에만 해당하는 모습일까? 타 대학 주변의 문화공간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먼저 경북대학교 주변 역시 대부분이 술집, 노래방 등이었다. 그러나 이런 곳을 통해서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모여 그들 스스로 연극, 시 낭송회, 기타공연 등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문화를 즐기는 등 그들 나름의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대학가 문화’로 유명한 홍익대학교 주변은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많은 전시회장에서는 늘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꼭 전시회장이나 갤러리가 아니더라도 길거리에 작품들을 전시하고, 직접 만든 소품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 등 그들 스스로 문화공간을 만들어 나가면서 그들만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한성대학교 및 가톨릭대학교의 지하철 혜화역에 내리면 주변에 대학로가 있는 데, 이 곳은 마치 연극도시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소극장들이 빽빽이 들어서있다. 학생들은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뒤 시간이 나면 자신들의 취향에 맞춰 표를 끊고 연극을 본다. 반면 우리 대학 학생들의 경우, 연극 한 편을 보려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어떤 연극을 하는지 알아봐야하고, 그 연극을 하는 소극장이 어디인지 물어 물어서 찾아 가야 한다. 이처럼 우리학교 학생들은 연극 한 편을 보기 위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서울의 대학생들은 길을 오가면서도 쉽게 문화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인식도 우리보다 더 열려있다.

이렇게 몇 군데의 타 대학교 주변에 대해 알아보면서 느꼈던 점 한 가지는 대학가 주변의 다양하고 많은 문화공간은 그 대학 학생들이 어떤 문화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문화 공간이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가까운 예로 우리대학 대명캠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공연예술대학이 있던 대명캠 주변에는 성서캠 주변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소극장들이 군데군데 위치하고 있다. 이는 연극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서캠에는 연극이나 미술, 음악 등과 관련된 과가 적어 그러한 문화 공간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음악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이 성서캠으로 이전해왔다. 그만큼 이러한 분야에 대한 성서캠의 관심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성서캠 대학로는 바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보기 위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찾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점점 더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문화계를 이끄는 계명대학교로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