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면서 바야흐로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사법민주주의가 개화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참여재판은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개시된 이래 20여 년만의 사법개혁과 사법민주화의 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도 생각된다. 2월까지 2천 건의 합의사건 중 고작 2건만이 참여재판이었다는 기사도 있지만 원래 사법제도개혁위원회에서도 참여재판의 시행초기에는 연 1백~2백건 정도를 예상하였으나 현재 20여 건의 참여재판 신청이 있다고 하니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물론 참여재판은 피고인이 서면으로 신청해야 해서 피고인의 입장에서 번거롭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선고될 것인지 계산하는 상황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이러한 제도가 성안된 것이다. 배심원의 평결이 권고적 효력을 갖도록 유지한다면, 일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원하지 않아도 참여재판을 받도록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사실 참여재판은 사법부의 신뢰를 제고하고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보다 강한 것이다. 참여재판제도의 배심원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하여 먼저 평결
지난 2월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는 강도상해의 사건에 대해 국내 사법사상 최초로 일반국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에 의한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사법제도의 변화로 국민참여 형사재판이 열린 바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서는 배심제도와 참심제도를 혼합·절충한 형태이다. 배심원 선정은 해당 지방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 추첨한다. 선정된 배심원은 선정기일에 출석한 후보자를 상대로 결격사유와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질문한 다음, 검사와 변호인의 기피신청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배심원을 선정한다. 이 때 배심원의 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는 9명, 그 외 사건은 7명이다. 다만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자백한 때에는 5명의 배심원이 참여할 수 있다. 이 때 참여한 배심원에게는 여비와 일당으로 1일에 10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평결에 있어서 배심원단은 재판장의 설명을 들은 후 법관의 관여없이 독자적으로 평의하고, 유·무죄에 대한 평결을 해야 한다. 다만, 배심원 과반수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심리에 참여한 법관의 의견을
지난 2월 28일 이명박 정부의 영어집중식 교육에 대한 외국인 선생님들의 색다른 시각을 들여다 보기 위해 Dawn, Booth Karen(영어교육학·초빙전임강사) 교수를 만났다. ● 이명박 정부가 진행할 영어 집중식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어로 말하는 수업의 시수를 늘리는 것은 말하기, 듣기 실력 향상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문법의 경우 영어로 이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맞는 문법 수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와 같이 각각의 영역에 맞는 영어 수업방법을 연구해서 진행해야 한다. ● 국외봉사활동·해외문화탐방·교환학생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외국어 실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환학생의 경우 한 학기에서 1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을 외국에서 체류하므로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좋을 것이다. 해외문화탐방, 국외봉사활동 등은 방학동안의 활동이라 교환학생에 비해 기간이 짧지만, 기간보다는 가서 얼마나 활동적으로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은 외국체험 기간동안 버스 안에만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학생들이 바꿨으면 하는 영어공부 방식은?먼저,
새로운 대통령 선출과 인수위 구성이라는 숨가쁜 정치적 일정 속에서 쏟아져 나온 정책들 중, 가장 국민들의 관심과 근심의 대상이 되는 분야는 단연 교육 분야, 그 중에서도 영어 교육에 대한 정책일 것이다. 인수위의 영어 몰입식 교육에 대한 설익은 정책 발표가 왜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 지에 대해 재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영어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즉 ‘왜 우리는 중·고등학교 6년간의 긴 영어 교육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하는 교육을 받았을까?’라는 문제의식은 높이 살 만하다. 영어 교육의 첫 단추, 즉 목표는 제대로 설정된 듯하다. 현재 영어교육의 목표는 중·고등학교의 영어 공교육을 내실화하여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앞으로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실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에 있어서도 영어 과목을 영어 자격시험으로 대체한다는 발표도 이미 나온 상태이다. 앞으로도 영어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좀 더 세밀한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한 여러 정책들을 내 놓을
올해 한국에는 미래에 영향을 줄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곧 있을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5년 동안의 최고 권력자를 뽑는 선거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의 경제 체제를 지금과 현격하게 다른 무엇으로 바꿀 전망이다. 그 전망은 재앙과 도약으로 확연하게 갈린다. 국내 5대 사건과 해외 5대 사건을 꼽았다. ①제 17대 대통령 선거 올해의 가장 마지막 ‘빅 이벤트’는 역시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다. 후보등록 결과, 모두 12명이 입후보. 이는 역대 대선 최대 후보자 수 8명을 넘는 새로운 기록이다. 하지만 대선의 향방은 미지수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부 기자들도 서로 전망이 엇갈린다. 가장 지지율이 앞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앞에는 ‘BBK’라는 암초가 놓여 있다. ‘돌아온 창(昌)’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가세는 판을 흔드는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에게는 후보 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다자구도에서 이전 ‘비판적 지지론’의 악몽을 걷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던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12월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재미가 없었다. 처음부터 일방적 게임이었는데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그래도 지난 대선처럼 좌우 대결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별안간 같은 우편인 자의 등장으로 좌편은 아예 처참한 3위로 밀려나고 1, 2위는 끼리끼리의 대결, 우파 대 우파의 대결이 되어 더욱 더 재미없게 되었다. 처음부터 우편인 자는 모르지만 좌편인 자는 물론, 좌나 우만을 보지 않고 좌우를 살피는 자에게도 재미가 없게 되었다. 동색인 우파이자 성도 같은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무슨 상관인가? 그게 그건데 누가 되든 다를 게 뭐 있나? 그럼에도 ‘대선 재미있게 보기’라고? 어떻게? 내 재주로는 불가능하다. 최근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20% 미만이라고 하여 국민 대부분이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녹음된 전화로 하는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라는 걸 한두 번 당해보고는 다시 응하지 않게 된 나도 그런 염증부류에 속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는 것은 그것 자체가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조사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의도적이고 도식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198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확립되어 온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은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로 만든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냉랭한 반응은 현재의 사회보험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실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신뢰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신뢰 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6월 21.7%에서 올해 8월 12.8%로 급격히 하락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천만 명을 넘어섰지만 연금을 믿는 사람은 1/5도 안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고, 건강을 책임지고, 실업으로 인한 소득 손실을 메워주겠다는데, 왜 수혜자인 국민들의 사회보험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는 것일까? 더 내고 덜 받는 것이 보험개혁?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내야 할 보험료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정부가 그 만큼의 혜택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보험개혁 행태를 볼 때 이 같은 국민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정부는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수준을 줄이는 형태로 보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낼 돈은 늘고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보험을 지지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4대 사회보험 중 국
소비자를 위한 가격 혁명인가? 제조업체의 기반을 무너뜨릴 유통업체의 횡포인가? 국내 최대 대형마트 신세계 이마트가 18일 자체상표(이하 PL 상품) 상품의 비중을 대거 확충하겠다며 3천여 품목의 신제품을 일제히 출시하자 유통·제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마트는 “상품을 직접 기획·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싼 물건을 제공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이 심화돼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술렁이고 있다. 한편 새 PL상품들은 출시 나흘 만에 대부분의 품목에서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를 압도할 정도로 팔려나갔다. ◇ 유통업체 “PL 확대가 세계적 추세” 이마트가 18일 내놓은 PL 상품은 3천여 가지 품목. 신선식품부터 주방용품·가전까지 사실상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PL 상품을 출시했다. 이들 PL상품은 비슷한 질의 일반 소비재보다 20~40% 싸다는 것이 이마트 측 설명이다. 유통·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마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PL상품을 시장 점유율 1위 상품과 나란히 진열하는 공격적 전략을 쓰기로 했다. 시장 1위인 농심의 ‘신라면’과 나란히 이마트 PL상품인 ‘맛으로 승부하는 라
해외동포 700만 시대, 조선의 식민지 침탈과 근대화과정 100년 남짓 되는 사이 700만 명의 동포들이 해외로 흩어져 나갔다. 이 중 일부는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함이었지만, 대부분 그 이주의 발단이 일제의 식민화 과정 속에서 차별과 탄압에 못이겨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아시아, 중국, 연해주, 유형의 땅 사할린으로, 또 멕시코의 애니깽 노동자로,, 이름조차 다 알기 힘든 조선인들이 해외로 끌려나갔다. 1938년 일본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총동원령을 법률로 제정해 조선 각지에서 일부는 군인으로, 또 징집을 피하기 위해 노무자로 일본에 들어갔다. 우토로도 마찬가지로 당시 군수기업이었던 닛산차체의 주도 아래 군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 노무인력으로 동원되면서 생겨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그 노무자들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생겨났다. 이후 주민들은 노동자 숙소, ‘함바’에서 생활해야 했다. ‘우키시마호폭침사건’처럼 고국에 돌아가는 도중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또 고국에 돌아가도 이제는 기다리고 있는 가족도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그들은 그 땅에 계속 머물러야 했다. 이제 강제동원 1세들이 다 돌아가시고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
오늘날 한국종교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종교는 지난 몇 십년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성장이 멈췄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지탄과 조소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공신력 상실은 최근에 불거진 한국종교들의 여러 문제적인 사건들을 살펴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얼마 전 무리한 선교활동을 하다가 23명이 아프간 탈레반에게 인질로 붙잡혀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 탈세와 부동산 투기 및 세습 문제로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물의를 일으킨 일,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으로 갈등을 야기한 일 등은 한국 개신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반기독교적 정서를 확산시킨 결과를 초래한 사례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사찰이, 종교대학이 비정상적인 특혜를 받은 일, 사찰의 공금과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일,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폭행사태가 일어난 일, 교계 지도자들의 허위학력이 밝혀진 일, 입장료를 따로 징수해서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 등은 한국 불교의 입지를 흔들고 반불교적 분위기를 심화시킨 사례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천주교의 경우에도 납골당 설치 문제로 지역주민과 충돌이 생겨나기도 했다.
지난 8월 29일 AP통신이 매우 인상적인 사진 한 컷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그것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납치되어 40일 동안 죽음의 공포 속을 헤매다 한국정부의 치열한 협상노력 끝에 석방된 이선영씨가 적십자사 차량 안에서 살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그는 히잡 (hejab:회교도 여인들이 머리에 감는 천)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공포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인질사태의 종결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선영씨 미소를 보며, 개인과 국가와 종교라는 삼각관계 속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은 죽음의 공포에 있고, 국가는 당황하고, 국민은 스트레스를 받고, 교회는 선교방법에 대한 논란에 빠지고……. 다행인 것은 인질들이 풀려나고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배형규목사 등 피랍자 2명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피랍 초기의 급박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두 사람만의 희생으로 끝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필자는 인질사태가 이렇게 빨리 끝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인질 희생자도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1세기 테러리즘의 화약고인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의 특수성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침공을
정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 7월 초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해도 곧 잠잠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간 가짜학위 사건은 심심치 않게 있어왔고, 곧 세간의 시선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구마줄기에 달려 나오듯이 연이어 가짜 학위자들에 관한 의혹들이 매체를 장식했다. 또한 실제로 학위를 속인 이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굿모닝 팝스’ 진행자였던 이지영 씨, 동숭아트센터 대표이자 단국대 교수인 김옥랑 씨,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 배우 윤석화 씨, 가수이자 방송인인 주영훈 씨도 학력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개그맨이자 감독인 심형래 씨와 탤런트 최수종 씨도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렇게 이전과는 다르게 전방위적으로 일종의 가짜 학위자 색출작업이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학위를 속였다거나 가짜학위로 교수에 임용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지 않았다. 일종의 음모론 차원에서 더욱 증폭된 점이 있었다. 신정아 씨의 경우, 이미 가짜 학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로 임용된 데는 나름의 세력 비호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다. 이점이 그간 다른 사안들과 다른 점이었다. 따라서 많은 언론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