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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다음으로 필요한 것

한국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없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이 시기어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애플이란 회사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보면서 우리는 한 사람의 뛰어난 통찰력을 질투하기도 하고, 또 그만큼 부러워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왜 ‘스튜디오 지브리 같은 회사가 없을까?’ 라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얘기한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에 감탄하면서 우리나라에 디즈니에 필적할 만한 애니메이션 회사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한 번 생각해보자. 한국에는 정말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없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정말 지브리 같은 스튜디오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일까? 한 톨의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토양과 환경의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기 보다는 그 아이디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것을 잘 숙성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사회적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교수는 창조성의 3가지 구성요소로 영역, 현장 그리고 개인을 꼽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영역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창조적 개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개인의 역할이 분명 필수적 요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창조성은 그것이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에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는 활동할 수 있고,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현장’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리라. 또한 우리나라에 ‘지브리’ 같은 스튜디오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실패를 하나의 경험으로 용인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적 토양이 허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쩌면 그는 용산에서 컴퓨터를 조립해서 팔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세간의 농담은 농담만으로 치부하기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개인에게 희망은 중요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얻을 수 있으므로. 그리고 그러한 ‘희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라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강조한다. 창조적 생각을 가진 우리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하다. 영역과 현장에서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시스템과 토양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스티브 잡스를 밖에서만 찾지 말자. 더 이상 외국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부러워만하지 말자.

우리 안에도, 우리 땅에도 수많은 천재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모두 한두 가지 직업에만 목숨을 걸지 않도록, 그들이 모두 정해진 스펙에만 전념하지 않도록, 각기 너무도 다른 그들이 모두 똑같이 평균치의 사람으로 닮아가지 않도록, 이제 그들에게 현실적인 기회와 희망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영역과 현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의 수많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믿고 더 많은 한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세상과 부딪쳐볼 수 있도록, 더 많이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가능성을 향해 열려있는 곳-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로 향하는 사회일 것이리라. 우리 시대의 스티브는 그러한 사회적 토양 속에서 비로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