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이 가득한 캠퍼스는 정말 생동감이 넘쳐난다. 날이 따뜻해지고 봄꽃이 피기 시작하니 우리의 마음도 밝아지고 어디로든 나가서 그 화사한 봄을 느끼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마 눈부신 꽃과 물오른 잎들이 우리를 부른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창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우리 젊은이들은, 혼자서 수동적으로 학교 수업과 시험 준비에 매달리던 시간을 넘어 이 자연의 부름에 답하여 어느 정도 자신의 뜻대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수업에만 묶여있다든지 더 폭 넓은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굳이 멀리가지 않는다면 이젠 나 혼자가 아닌 주변을 둘러보면 된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말을 건네보자. 말이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말을 나누지 않고 어찌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겠는가. 이웃 사람들과도 그렇다. 긴 대화는 아니라도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보자. 그렇지 않고는 그들의 사정을 알 수 없으며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적이거나 당연해 보이는 일들에 대해서는 점점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퇴화된다고 하니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각도 퇴화되고, 생각의 퇴화는 감정의 퇴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그렇게 사용기능을 잊거나 잃어버린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대화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는 대화의 홍수 속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SNS가 바로 그 예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얼마나 편한 세상을 만들어 주었는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기기들이 가져다 준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같이 돌아다니며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은 예전 일이 되었고 잠깐 만나서도 자신의 기기에 눈이 묶여있다.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는 ‘자기애’라는 부정적 성향을 일으켜 실제 삶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전화나 카카오톡으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진심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날로그식 대화가 꼭 필요해 보인다.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와 정을 나누거나, 친구들이 모여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꿈을 나누는 대화가 요구된다.
최근 취업시장은 학벌과 스펙보다는 직무역량이나 열정, 인성 등을 평가하는 ‘탈스펙’이 대세라고 한다. 스펙 중심의 인재 선발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실무능력이나 잠재력, 인성 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다행이다. 친구, 가족 등 주변과의 대화는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인성과 무관하지 않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 스펙을 쌓아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대학 생활에서 주변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게 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를 실제로 성장시키는 것은 영어점수나 자격증이아니라 지금 이시기에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경험과 인간관계 형성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대화의 필요성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소통 부재의 해결책은 우리들이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솔직한 느낌을 나누는 대화가 답이다.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부터, 읽은 시구나 소설, 만화, 영화, 음악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그 내용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이다. 스마트폰은 잠깐 꺼두고 머리와 눈을 식혀보자. 그때 우리는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