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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출과 신지역사회 협약

대구경북이 당면한 경제 문제의 핵심에 지역 청년의 지속적인 유출 문제가 있다. 지역 청년의 유출 문제는 이미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서 구조화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호프만에 의하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의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세 가지 중 하나이다. 첫째, ‘이탈’하는 방식으로 지역을 떠나거나 둘째, ‘항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거나 셋째,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보이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지역에서 보낸 청년은 지역의 문제에 대해 ‘항의’와 ‘충성’의 방식을 택하지 않고 지역을 ‘이탈’하는 방식을 택한 지 오래이다. 호프만에 따르면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항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면서 대구경북에 머물러 살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다.

대구경북에 청년을 붙들어두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이탈’ 대신에 ‘항의’와 ‘충성’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의 선택 가운데 ‘충성’은 이미 그들에 비해 보다 낡고 늙은 세대에 선점당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충성’은 지대추구행위를 하기 위한 사전적 포석 정도로 오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경북의 청년에게 지역에 ‘충성’하라고 하는 것은 기득권의 나쁜 관행을 답습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에 청년을 붙들어두기 위해서 유일한 방안은 청년에게 ‘항의’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에게 지역에서 평생을 일하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청년에게 ‘항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몇몇 정책 수단의 단순한 조합만으로 청년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지역의 변화에 대한 독립적 주장을 하기는 힘들다. 지역에서 청년에게 목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서는 이른바 신지역사회협약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신지역사회협약의 중요한 전제는 청년 유출이 계속되면 지역 경제의 미래는 없으며, 청년에게 ‘항의’할 수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역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이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지역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지역의 토착 기업인을 상대하여 왔으며 이는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른바 ‘성장연합’의 핵심적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연합’은 지역의 거의 모든 발언권을 독점하여 왔으며, 이는 발언권을 확보하지 지역의 청년의 무력감으로 인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신지역사회협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지방정부가 지역의 토착 기업과 맺고 있는 폐쇄적 ‘성장연합’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지역시민 사회와 지식인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복지연합’과 보다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지역에 가동되고 있는 ‘복지연합’은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기 보다는 반(反)‘성장연합’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장연합’이 기득권을 공유하고 있는 보수적 성격의 인사들이 중심이라고 한다면 ‘복지연합’은 지역에서 그동안 ‘성장연합’에 의해 소외당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느슨한 연대적 성격을 띠고 있다. 신지역사회협약은 기존의 ‘성장연합’과 그동안 소외되어 온 ‘복지연합’이 지역사회의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타협을 시도하는 것으로부터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