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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대학의 위기와 기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이 벚꽃엔딩 노래 가사를 들으며 봄을 만끽할 우리 캠퍼스에 입학하는 새내기들을 환영한다. 벚꽃엔딩은 봄날의 낭만을 그리는 노래이지만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지방대학의 비애를 풍자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입학 자원의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과 생존 가능성을 ‘첫눈 오는 순서’로 풍자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은 어디에 속할까?

 

대학 입학 자원 부족은 지방대학의 생사와 직결된다. 통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지방대에 합격하고도 미등록한 학생이 3만 3천명에 이르고, 정시 모집에서 사실상 미달로 간주되는 경쟁률이 3:1 미만 대학은 68개이었으며, 이 중 59개 대학은 지방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20년이 지난 2040년경에는 국내 대학 중 절반 이상이 폐교될 전망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우리 대학의 위기만이 아닌 우리가 살고있는 지방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과 대학은 불가분 관계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대와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방지와 지방에로의 유학의 붐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정주(定住) 여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면 지역대학의 입학 자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대학에 대한 안정적 재정 지원과 지방과 대학 간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신설하였다. 또한,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 사업(RISE)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지역 소재 지방대학들 중 30개 대학(지역별 평균 2.4개)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하여 각 대학에 연간 200억씩 5년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육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마도 지방의 대학가(大學街)는 올해를 30개 글로컬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해, 살생부가 작성되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대학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어 명실상부한 대구 경북의 명문 지방대가 되려면 우리에게 닥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냉철하게 성찰함으로써 대학의 리더십, 학사 편제와 교육과정 재설계를 위해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 절차탁마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에 맞는 혁신적인 학과 및 전공 편제의 개편, 미래역량을 갖춘 인재로 육성될 수 있
도록 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의 재설계, 학습자 중심, 디지털 기반 블랜디드 교육 및 운영 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학령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 자원의 대체 또는 다변화를 위해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신설과 학사 개편도 필요하다.

 

5년, 10년 후 우리 계명의 터전에서 우리 제자들이, 우리 후배들이 화사한 봄날에 벚꽃엔딩을 비가(悲歌)가 아닌 축제의 노래로 들으며 캠퍼스를 누비도록 작은 불꽃이 큰 불을 일으키듯이 2023년 한 해 계명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지혜를 함께 모아 세계를 향해 빛을 여는 글로컬 대학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