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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외국의 평가로 자라나는 한국영화

권위 있는 영화제로 칭송받는 유럽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는 영화가 가진 문화성과 예술성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평가한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위 3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 그 영화는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아무도 함부로 비평을 못 하는 엄청난 권위가 실려진다. ‘서양인’, 또는 ‘서양의 가치기준’에 의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평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것을 서양의 무엇에 빗대어 저평가하려는 성향이 있는 반면, 스스로의 가치관과 정서에 의한 독립된 평가는 잘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특히 서양에서 그 작품에 대해 어떤 평을 내려주면 그것을 절대적 평가로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아시아를 잘 모른다. 하물며 그 중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며 인도도 아닌 한국에 대해서는 더더욱 잘 모른다. 그들이 그나마 일본과 중국과 인도를 알아 봤자 ‘아시아적 가치’, 또는 그 나라적 가치에서의 이해가 아닌 ‘서양적 가치’에 의한 이해다. 그래서 한국의 일반적 가치관에 벗어난 감독의 영화들이나,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모습만 보여주는 영화들이 서양인들의 정서와 심사기준에 맞게 제작되어 호평을 받는다. 거기다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게 되는 경우, 그 영화들은 한국 내에서도 ‘좋은 영화’가 되어 앞 다투어 관람을 한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씨 역시 인터뷰에서, “수상 발표 이후 한국에서 ‘밀양’ 예매율이 3배나 뛰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심 그 소식이 가장 기뻤다”고 밝혔다.

많은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를 지켜달라고 외쳤지만, 결국 그들 역시 외국의 평가를 굳게 믿고 영화를 소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 사대주의’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