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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에 41개월만에 실질금리 '제로'

"내수위축.기대인플레이션 조장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이준서 기자 =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41개월 만에 실질금리 '제로' 시대가 도래했다.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못한 탓이다.

이자생활자들의 소득 감소로 내수가 위축되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6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예금은행의 실질금리는 0%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5%였고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6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평균금리가 연 5.5%였다.

명목금리는 은행에서 제시하는 금리로 5.5%이며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으로 6월 중 0%가 된다.

여기에 이자소득세(세율 15.4%)까지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맡겨 두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차례 감지됐지만 대표적인 물가통계인 통계청의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저축성수신 평균금리까지 오른 것은 2005년 1월(0.0%) 이후 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1996년 1월 이후 실질금리가 '0' 이하였던 것은 2003년 3월(-0.2%), 2004년 7월(-0.6%), 2004년 8월(-1.1%), 2004년 9월(-0.4%), 2004년 10월(-0.3%), 2005년 1월(0.0%) 등 6개월 뿐이다. 해당 6개월 중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3.4~4.3%로 상대적으로 저금리 시기였다.

즉 1996년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던 것은 예금금리가 낮았던 탓이라면 최근에는 예금금리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높은 수준이지만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됐다는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은 시중금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2분기 5.32%로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할 경우 연 4.5%를 나타냈다. 이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4.8%에 미달하는 수치다.

이런 흐름은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실질금리는 3.0%였지만 10월에 2.3%로 2%대로 내려선 후 올 2월에 1.8%, 3월 1.4%, 4월 1.4%, 5월 0.5%, 6월 0.0%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7월에는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9%까지 치솟아 실질금리가 더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에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자금 배분 기능이 왜곡되고 향후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는 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곧바로 예금을 빼서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며 "다만 기대 소득이 줄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부(負)의 자산효과가 발생해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최근에는 자산 형성 수단으로 예금보다는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질금리에 따른 자산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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