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과 맛에 얽힌 추억 속에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은 ‘소풍’을 출간한 성석제 작가를 만나보았다.
성석제씨는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맛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소풍 같다고 말을 하고 있다. 실제로 어릴 적 편식이 심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음식에 호기심이 많다는 순수한 성석제 작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와 인간적인 모습들을 살펴보자
● 최근근황
요즘에는 소설을 쓰는 일보다 다른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강연을 나가기도 하고 낭독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신체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편안합니다.
● 법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실제로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소설가들이 많습니다. 법학이라는 학문이 실용적이고 이론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법학이라는 학문은 정리된 문장과 정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통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 1986년 문학사상의 시 ‘유리 닦는 사람’으로 등단했는데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계기가 있다면?
우연한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쓰면서 느꼈지만 언어 자체가 무겁고 비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쓴 글을 정리해보니 그 원고가 1천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모은 원고들을 모아 출판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장르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소설이라 이름 붙여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소설을 청탁받게 되었고 지금까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 소설과 시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는 지금 못 쓰는 것이고 정언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소설은 지금 써야 하는 것이고 증언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의 정언성은 시인이 시를 쓰면 새로운 정의가 생겨나고 사물에게 새로운 이름과 속성을 부여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소설은 우리가 거대한 역사나 사회에서 기록 못하는 것들을 캐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역사 중에서 개인, 개별적인 것들에 대한 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아하는 시인이나 작가가 있다면?
시인 중에서는 파블로 네루다와 백석, 소월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소설가 중에서는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 루이 페르디낭 셀린느를 좋아합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소설과 홍명희를 존경합니다.
● 소설을 거짓말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하나?
소설과 거짓말이 결부되면 무해한 수단으로서 거짓말이 됩니다. 거짓말의 반대가 진실이라면 거짓말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좀 반어적이긴 하지만 소설 안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산문집 ‘소풍’은 음식을 주제로 글을 썼는데 음식을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글 쓰는 사람은 모든 것을 소재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것과 매일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글을 씁니다. 사람의 존재와 관련 깊은 것이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편식을 많이 해서 어른이 된 지금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처음 보는 음식을 보면 맛보고 신기해 합니다. 아마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글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릴 때 만화를 봤는데 돈 귀신이 돈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 꿈 속에 나타나 괴롭히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린 마음에 너무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내가 쓴 작품 중에 어느 것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혹시나 내 작품들이 꿈속에 나타나서 복수할까봐 생각만 할 뿐입니다.
●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저는 농촌의 변두리 마을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책만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주로 농업전서와 축산전서, 고전, 일본추리소설 등을 읽었습니다. 나이에 맞게 아동 도서를 읽지 못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읽은 아동 도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사였던 고모가 사주신 ‘아라비안나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국내 무협지를 모두 다 읽었습니다. 책을 항상 가까이 하고 있었지만 나이에 맞는 책을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형과 누나가 공부도 잘하고 재치가 있어서 어릴 적 같이 글짓기 대회도 나갔는데 그 당시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자발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타율적인 글쓰기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 다시 20대의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다시 해보고 싶은가?
신체적으로 기운이 넘치고 지적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 여행을 더 다녀보고 싶습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저는 슬럼프를 미리 예방하려고 노력합니다. 농사꾼의 자식이다 보니 저는 농부가 매일 논 밭을 돌보 듯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씁니다.
미흡하더라도 일상적으로 조금씩 글을 써 나간다면 슬럼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사람이 아주 드문 오지에 가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가서 자연 그자체로의 장엄함을 대면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주먹만한 별들이 달린 밤하늘을 보고 싶습니다.
● 올해 계명문화상 소설 심사를 맡았는데 소감은?
대학생들의 작품이었지만 의외로 프로 같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과 역량이 엿보여서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에 맞게 자기 자신과 주변 세대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세대들은 지금 대학생들의 세계를 글로 풀어나가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20대가 아니면 쓰지 못할 글을 써서 더 박력있고 실감나는 글을 독자들에게 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잔소리 같지만 잔소리 가운데에서도 배울 것은 있습니다.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라는 말처럼 조금씩이라도 글을 생산해내야 합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글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