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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심상치 않은 나라의 다정한 비자 인터뷰


주한 인도 대사관이 한남동 언덕배기에 있는 ‘가정집 단독주택’건물이던 시절이었다. 여행을 앞두고 비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는 그 ‘집’ 대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즈음 인도를 가겠다는 사람은 무역업을 하는 사람이거나 매우 드물게 있는 단체여행객이 전부였다. 양복 입은 남자 서넛뿐인 줄에 내가 이어 앉자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 보았다. 여자는 나 혼자였다.

인터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연 채광의 방에는 검소한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있고 책상 건너편에는 간디옹을 연상케 하는 초식성 인상의 자그마한 인도 영사님이 앉아 있었다. 여행을 가려고 한다 하니 영사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누구와 같이 비자를 받느냐 했다. 나 혼자라고 말하자 짙은 쌍거풀 속에 영사님의 거뭇거뭇한 눈이 동그래지더니 그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충격을 한 그릇 꿀꺽 잡수신 것이었다. 비행기 같이 타고 갈 사람은 있느냐 물으신다. 당연히 나 혼자라고 말하자 인도 영사님, 어쩌나, 충격 두 그릇째 맛있게 잡수시고 뒷통수 뿅망치까지 제대로 맞으신 듯 말을 더듬으며 당신 손을 쥐락펴락 부비며 결국 결정적인 한마디를 물으신다.

“집에서 허락을 했나요?”
설마설마했는데 집에서 허락했냐는 질문 등장! 더 이상 평범한 비자 인터뷰가 아니다. 비자 인터뷰라고 하면 여행자를 앞에 두고 혹시 이 사람이 불법체류로 자기 나라에 주저앉지 아니 앉을지를 걸러내자는 껄끄럽고 딱딱한 취조 분위기인 나라도 있었다. 그런데 인도 영사님은 부모님의 마음으로 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게 바로 내가 곧 우리들의 일상적인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사건이 벌어질 ‘도무지 심상치 않은 나라’를 여행할 것이라는 정확한 예고편이 아닌가!

다정한 영사님은 마지막으로 ‘꼭 가야만 합니까’라는 다짐까지 받으시고는 나의 인도여행을 허락하셨다. 영사님은 퇴근 후에도 댁에 돌아가셔서 당신의 과년한 딸을 보시며 나를 떠올리고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셨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인디아 여행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