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치열했던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마음졸였던 시험이 끝나니 왠지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후에 느끼는 감정은 즐거움 보다는 씁쓸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게다가 취업을 생각하면 입 안이 떨떠름해지기까지 한다. 쓴 약을 마시고 사탕을 먹지 못한 기분이랄까. 이번 중간고사도 내가 매번 겪은 시험들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시험을 치고 나오면서도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떨떠름한 기분으로 취업준비에 매진하고 있었을 거다.낙엽이 지고 있다는 건 가을이 왔다는 뜻이다. 긴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인 간이정거장 같은 계절인 가을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가을이었을까? 마지막 시험을 치기 직전일수도 있고 첫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일지도 모른다.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사람들은 이런 물음에 관심이 없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서 계절이 바뀌는 것 따위는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가을은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다.한참을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대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사드려야 하나 고민했던 것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것으로 끝났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넘으면서 부모님과 외식을 하기도 했다. 내가 저녁을 사긴 했지만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계산했으니, 따지고 보면 내가 사는 것도 아니었다.그렇다고 내가 한 번도 스스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방학 때 알바도 하면서 부모님께 용돈은 꼬박꼬박 타 쓴다. 생각해보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작은 선물 하나 사 드린 기억이 없다. 어버이날이 되니까 괜히 부모님께 미안해진다.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린다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어버이날이라는 것도 우습다. 생각해보면 어버이날에 아버지가 회사를 쉬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쉬는 것도 아니다. 나도 어버이날엔 계속 학교에 있어서 저녁 시간이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있어 본 적이 없다. 이런 게 무슨 어버이날인가. 그렇다고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위해 진심으로 무언가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그럼에도 어버이날이 있어야 할 이유는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함이 아닐까?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