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사드려야 하나 고민했던 것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것으로 끝났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넘으면서 부모님과 외식을 하기도 했다. 내가 저녁을 사긴 했지만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계산했으니, 따지고 보면 내가 사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한 번도 스스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방학 때 알바도 하면서 부모님께 용돈은 꼬박꼬박 타 쓴다. 생각해보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작은 선물 하나 사 드린 기억이 없다. 어버이날이 되니까 괜히 부모님께 미안해진다.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린다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어버이날이라는 것도 우습다. 생각해보면 어버이날에 아버지가 회사를 쉬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집안일을 쉬는 것도 아니다. 나도 어버이날엔 계속 학교에 있어서 저녁 시간이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있어 본 적이 없다. 이런 게 무슨 어버이날인가. 그렇다고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위해 진심으로 무언가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어버이날이 있어야 할 이유는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함이 아닐까?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외식을 하는 것으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고작 하루 만에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있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위해 존재하는 날이 아닐까. 나는 이제껏 어버이날을 오해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1년 365일 중에 5월 8일에만 어버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은 1년 365일 아버지고 어머니였다. 자식 된 도리로 고작 하루만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어버이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면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