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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호 독자마당] 3월 14일, 학생자치가 무너졌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총학생회칙이 2014년 이후 5년여만에 개정됐다. 기존의 정기학생총회와 총대의원회 정기총회를 모두 ‘임시화’한 것이 이번 회칙 개정의 주요 골자다. 정기학생총회는 매 학기 초 총학생회장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소집하는 총학생회 최고심의의결기구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매번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기학생총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총대의원회 정기총회 또한 마찬가지다. 각 학과 및 학년대표가 참여하여 총대의원회 운영 방향 설정과 회칙 개정 및 제정 논의가 오가는 회의이나, 이 또한 거의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가 학생자치를 구성하는 양대 기구인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우리학교의 학생자치는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이번 회칙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주요 개정 사유로 ‘수업 및 학교 행사로 인한 소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학생들의 무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중운위의 결정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자리를 스스로 걷어찬 것은 총학생회 측의 오판이다. 정기총회 무산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총학생회가 내놓았어야 할 대책은 ‘정기총회의 정상화’였지 정기총회의 폐지가 아니었다.


총학생회는 그동안 정기총회 성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묻고 싶다. 총학 스스로 정기총회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홍보는 미진했고 대책은 형편없었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수업과 행사가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정기총회를 개최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처럼 모든 학생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형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의 핵심적 문제는 학생의 총의(總意)를 모으는 일에 무력하기만 했던 총학생회와, 인원 동원의 어려움을 구실로 학생자치기구 스스로가 학생자치를 포기했다는 데 있다.


총학생회칙 개정은 이미 지난 13일 열린 총대의원회 임시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찬성 267표, 반대 53표, 무효 33표)으로 가결되었다. 총학생회칙 개정(안) 공고가 11일에 있었고 임시 총회는 개최를 선언한 지 약 1시간 여 만에 표결을 끝냈다. 이 모든 과정이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9년 3월 14일 부로 계명대학교에서 학생 전체가 정기적으로 모일 기회는 없어졌다. 물론 회칙상 ‘학생총회’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로 나눠진 학생총회 중 정기총회를 삭제하고 임시총회가 기존의 학생총회를 대신하게 되었을 뿐이다. 전체 학생 6.7%의 연서를 통해 학생총회를 개최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함을 감안하면 사실상 학생총회는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이 학생자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 팽배한 지금의 대학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는듯하여 씁쓸하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꿀 힘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학생자치는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자연스레 해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의 조직된 힘을 믿는다. 머지않은 미래, 노천강당을 가득 채운 2만 계명인의 함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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