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4.7℃
  • 구름많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25.9℃
  • 맑음대전 27.2℃
  • 구름많음대구 24.0℃
  • 구름많음울산 23.9℃
  • 흐림광주 24.1℃
  • 흐림부산 23.2℃
  • 구름많음고창 23.6℃
  • 제주 22.0℃
  • 구름많음강화 22.6℃
  • 맑음보은 24.5℃
  • 맑음금산 25.7℃
  • 흐림강진군 22.6℃
  • 구름많음경주시 24.2℃
  • 흐림거제 22.7℃
기상청 제공

[1166호 독자마당] 3월 14일, 학생자치가 무너졌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총학생회칙이 2014년 이후 5년여만에 개정됐다. 기존의 정기학생총회와 총대의원회 정기총회를 모두 ‘임시화’한 것이 이번 회칙 개정의 주요 골자다. 정기학생총회는 매 학기 초 총학생회장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소집하는 총학생회 최고심의의결기구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매번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기학생총회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총대의원회 정기총회 또한 마찬가지다. 각 학과 및 학년대표가 참여하여 총대의원회 운영 방향 설정과 회칙 개정 및 제정 논의가 오가는 회의이나, 이 또한 거의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가 학생자치를 구성하는 양대 기구인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우리학교의 학생자치는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이번 회칙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주요 개정 사유로 ‘수업 및 학교 행사로 인한 소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기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학생들의 무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중운위의 결정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자리를 스스로 걷어찬 것은 총학생회 측의 오판이다. 정기총회 무산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총학생회가 내놓았어야 할 대책은 ‘정기총회의 정상화’였지 정기총회의 폐지가 아니었다.


총학생회는 그동안 정기총회 성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묻고 싶다. 총학 스스로 정기총회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홍보는 미진했고 대책은 형편없었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수업과 행사가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정기총회를 개최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처럼 모든 학생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형식을 고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의 핵심적 문제는 학생의 총의(總意)를 모으는 일에 무력하기만 했던 총학생회와, 인원 동원의 어려움을 구실로 학생자치기구 스스로가 학생자치를 포기했다는 데 있다.


총학생회칙 개정은 이미 지난 13일 열린 총대의원회 임시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찬성 267표, 반대 53표, 무효 33표)으로 가결되었다. 총학생회칙 개정(안) 공고가 11일에 있었고 임시 총회는 개최를 선언한 지 약 1시간 여 만에 표결을 끝냈다. 이 모든 과정이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9년 3월 14일 부로 계명대학교에서 학생 전체가 정기적으로 모일 기회는 없어졌다. 물론 회칙상 ‘학생총회’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로 나눠진 학생총회 중 정기총회를 삭제하고 임시총회가 기존의 학생총회를 대신하게 되었을 뿐이다. 전체 학생 6.7%의 연서를 통해 학생총회를 개최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함을 감안하면 사실상 학생총회는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총학생회칙 개정이 학생자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 팽배한 지금의 대학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는듯하여 씁쓸하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꿀 힘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학생자치는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자연스레 해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의 조직된 힘을 믿는다. 머지않은 미래, 노천강당을 가득 채운 2만 계명인의 함성을 기대한다.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