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6.4℃
  • 맑음강릉 9.5℃
  • 구름많음서울 6.7℃
  • 맑음대전 8.8℃
  • 구름조금대구 10.1℃
  • 구름조금울산 10.4℃
  • 맑음광주 10.3℃
  • 흐림부산 10.8℃
  • 맑음고창 8.4℃
  • 구름조금제주 10.2℃
  • 흐림강화 5.5℃
  • 맑음보은 7.6℃
  • 맑음금산 8.4℃
  • 맑음강진군 11.4℃
  • 구름조금경주시 10.4℃
  • 흐림거제 11.3℃
기상청 제공

[1163호 독자마당] 사랑해요

URL복사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우리는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을 버텨 나가며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자신을 쉽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오랜 시절 만들어진 습관화된 슬픔을 그만큼 시간을 들어서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 즉 봄 햇살이 겨울 내내 쌓였던 눈을 녹이는 것처럼 그렇게 비루함이라는 고질적인 슬픔을 천천히 치유해줄 사람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랑만이 비루함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법이니까. 


슬픔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고통 없이 영그는 열매가 어디 있겠는가. 사랑은 나무 같아서 때로는 꽃 피고 때로는 열매 맺고 때로는 단풍 들고 때로는 낙엽진다. 사랑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서 철에 따라 황홀함과 쓰라림이 동반된다. 비록 못 견디게 아파도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아무리 옷섶을 여며도 늑골이 허해지는 계절이다.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이나 우리 사이에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돈다. 의무적으로 하는 연락은 안부를 전하는 게 고작이고, 사랑 표현에 인색한 나는 끝내 입을 다문다. 오랜만에 만난 날, 옷도 사 주고 좋은 음식도 사 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길래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 봤다. 그 말을 들을지 예상하지도 못했는지 살짝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요. 만날 때마다 짜증내고 화내서.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당신 앞에서만 서면 어리광을 부리게 돼요. 이제부터 오랜만에 보는 거 말고 오래도록 보기로 해요, 우리. 사랑해요 엄마!

관련기사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살 떨리는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늙은 부부의 순애보: 영화 ‘아무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아무르’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신파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러티브를 활용한 완벽에 가까운 형식미를 통해서 탁월한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탁월함, 그 살 떨리는 완벽주의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아무르’의 도입부에서 외출 후 열려 있는 문, 도둑에 대한 잡담, 한밤에 깨어 있는 아내, 건네지지 않는 양념통, 흘러넘치는 커피 물을 통해서 사소한 일상에서 극적인 문제로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를 천의무봉의 솜씨로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이용해서는 아내의 뇌질환 발병을 일단 부정한 후 다시 제시하는, 이야기가 직선적인 순서로 나아가는 단순한 방식을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서 ‘눈 위로 걸어간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이야기의 인위성을 가리면서 아내의 뇌 질환이 확인되는 극적인 순간을 스크린 위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도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