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밤마다 학교 근처의 24시 카페를 찾아간다. 낮 동안 끼니를 거르며 모아둔 돈으로 하룻밤을 사는 것이다. 그나마 값싼 아메리카노를 사면서 가끔은 억울함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집에서는 공부도, 글도 안 써지는 내 게으름을 먼저 탓해야할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이나, 용돈을 타서 쓰며 부모님과 눈도 못 마주치는 학생들이나 비극적인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밤마다 카페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멋지다.
나는 화가 나면 서점에 가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서점에 들르면 꼭 책을 한 권씩 사는 버릇도.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새 책들의 표지를 훑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계산대로 가면서 생각한다. 돈보다 큰 가치를 샀다고.
돈은 우리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가장 가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니, 가성비가 뛰어나다고나 할까. 팔천원을 주고 시집 한 권을 사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행복과 내 손에 들어온 작품들의 가치는 팔천원을 훨씬 넘어선다. 나에겐 책이 그러한데, 누구나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남문의 24시 카페이다. 밤이 깊어가며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도 있다. 카페를 찾은 모두가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와 함께, 커피 가격보다 훨씬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