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
  • 맑음강릉 2.6℃
  • 맑음서울 1.6℃
  • 연무대전 4.1℃
  • 연무대구 5.5℃
  • 연무울산 7.3℃
  • 연무광주 5.9℃
  • 연무부산 8.7℃
  • 맑음고창 4.6℃
  • 맑음제주 8.4℃
  • 맑음강화 1.4℃
  • 맑음보은 3.5℃
  • 맑음금산 3.8℃
  • 맑음강진군 7.4℃
  • 맑음경주시 6.6℃
  • 구름조금거제 8.2℃
기상청 제공

[미디어평론] 상류사회(2018)

하한선부터 지키자

­상류층에 관한 이야기라면 대개 ‘위’를 쳐다볼 때의 호기심에 집중되곤 한다. 과연 보통 사람들과는 얼마나 다르게 사는지, 얼마나 화려한지 등등 ‘특이점’을 찾고 싶어 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바탕에는 깊고 강렬한 선망(羨望)이 들어있다. 부럽지 않다면 관심이 갈 리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계급 혹은 계층은 있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차이’가 엄존한다는 사실이 아니고,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왜곡시키거나 착각하는 데서 온다. 지금 우리 사회 상류층의 문제는 하한선(下限線)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하한선의 사전적 풀이는 “최대한으로 낮아지거나 내려갈 수 있는 정도나 지점”이다. 더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재벌가나 고위층이 범죄에 해당하는 물의를 일으키면 언론은 앞 다퉈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로 통용되는 이 낱말은 실상 우리의 현재 상태로는 어불성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적정선에 대한 한 모범에 가깝다. 적정선이라 함은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 어디쯤의 절충이겠다. 그런데 하한선이 아예 없다면, 아무리 추락해도 바닥이 없다. 이는 끔찍한 사회적 재앙이다. 기준점조차 없는 ‘가진 자’들의 행패는, 만인을 불행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법은 선(善)이 아니고 그저 하한선일 뿐이다. 최저임금은 생존을 위한 하한선을 지키려는 합의된 노력이다. 지금은 단어에 대한 용례부터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 


변혁 감독의 9년만의 신작 <상류사회>는 그 점을 통렬히 일깨워준다. 상류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둔 게 아니라, 재능 있는 ‘수재’들이 어쩌다 일생에 한 번 상류로 올라갈 동아줄 비슷한 기회를 잡았을 때의 욕망과 ‘낭패’를 다루고 있다. 재벌이 운영하는 미술관 부관장인 아내와 정치 신인인 남편. 오직 상한선 없는 질주 끝에 상류층으로의 도약 문턱에서, 그들이 본 것은 하한선 없는 금빛 거미줄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는 자기 자신이다. 운이 억세게 좋아 거기까지 왔다고 여겼건만, 계략이었다. 물론 시작은, 유혹 앞에서 사심을 품은 데서부터였다. 전 존재를 걸고 상류사회 입성을 꿈꾼 ‘머리 좋은’ 부부는, 인과율로 이어진 까마득한 추락 앞에서 결단을 내린다. 계속 ‘보여지는 삶’에 집착하는 한은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원래 재벌들만 누리는” 것으로 독식하려는 탐욕이야말로 강고하다. 담장 밖과는 나누려 하지 않는다. 나누지 않아도 좋으나, 대신 하한선은 지켜져야 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관련기사





[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