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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앵그리맘’, 모두를 위한 분노를 차분히 모색해야

- 감시자가 돼버린 부모와 세상

오죽하면 엄마가 다시 교복을 입어야 했을까.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가 딸 아란(김유정 분)을 지키기 위해 다시 고교 2학년 ‘동급생’이 된다는 설정이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의 이야기 구조다.

물론 학교는 조강자가 다니던 예전보다 훨씬 더 팍팍해졌다. 외형적 환경은 좋아졌을 것이지만, 실제로 2015년 현재의 학교는 왠지 숨이 막히는 곳이다. 적어도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버젓이 생활수칙 상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모두에게 널리 ‘교육’ 혹은 주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교복 맵시가 여전히 좋은 김희선이 고교생이었을 무렵, 그때도 ‘일진’ 출신인 극중 강자에게 학교는 힘든 곳이었고 세상은 폭력과 비정함으로 얼룩졌다. 되돌아온 학교 역시 심각하다 못해 아이들에게는 ‘출구’가 없는 듯이 보인다.

‘앵그리맘’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며 폭력적인 장면도 많다. 요즘 세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학교 폭력 및 성폭력까지 조명하고 있다. 해결 방법은, 현재로서는 암담하다. 학교와 교사들, 재단, 그 뒤로 교육청까지 연결되며 이 문제들이 단순히 학생 선에서 그치지 않음을 드러낸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교실로 돌아가 ‘직접’ 아이들의 생활을 보고 듣는 조강자만이, 이 심각한 사태의 ‘전달자’가 돼 줄 수 있는 구조다.

엄마 혹은 딸 입장에서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강렬히 불러일으키는 소재라, 우려되는 점도 있다. 실상 교복을 입고 학교로 돌아가, 내 아이뿐 아니라 내 아이의 친구, 나아가 우리의 아이들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엄마가 되고픈 것일까? 아이와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학원에서, 아이를 24시간 감시해야 직성이 풀릴 그런 엄마로 변해 있는 건 아닌가? 부모라는 이름의 감시 카메라가 된 건 아닌지, 지금 괴물이 되어있는 것은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 여기가 만일 ‘지옥’이라면 그것은 아이들 탓이 아니다. 어른들의 문제다.

산적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가져야 할 감정이 ‘분노’라면 더더욱 냉철해져야 한다. 정말로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해야 한다. 분노할 일과 관대해야 할 일부터 분별하되, 어찌 해결해야 좋을지 학생들의 입장부터 헤아려야 할 듯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지나치게 극적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시청률보다 소중한 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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