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응급상황 출동 요청 여전..전화로 위급 구분 쉽지 않아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단순히 문을 열어달라거나 아픈 애완동물을 구조해 달라는 등의 요청에 대해 119구조대가 출동을 거절할 수 있게 된 지 9일로 한달이 됐지만 일선 소방관들이 실제로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소방방재청은 119구조대를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신속하게 출동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요청을 거절할 수 있도록 '119 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달 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령은 ▲단순 문 개방 ▲시설물에 대한 단순 안전조치 및 장애물 단순 제거 ▲동물의 단순 처리ㆍ포획ㆍ구조 ▲치통 등 위급하지 않은 환자 ▲음주자 ▲불편해소 차원의 단순 민원 등은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 시ㆍ도소방본부 통계를 보면 시행령 시행에 따른 긴급출동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
인천시 소방안전본부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구급출동 건수는 월평균 9천488건이었다.
그러나 비응급상황에 대한 출동거절이 가능해진 9월 한달간 구급출동은 9천524건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경남도소방본부의 9월 구급출동 횟수는 3천800건으로 개정 시행령 시행 전인 8월 한달의 5천769건과 비교해 1천900여건이상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벌집제거 신고가 1천400여건이나 줄었고 여름휴가철 구급활동이 감소하면서 전체 출동횟수가 줄어든 것이지 비응급 구조 거절 때문은 아니라고 소방본부 측은 설명했다.
제도가 바뀐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은데다 전화상으로는 위급 여부를 따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규정을 들며 거부하더라도 "급한데 왜 공무원이 이런 것도 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거나 다른 명목으로 출동을 요구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일선 소방관들은 전했다.
"문 열어달라"는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거절해 보지만 "안에 사람이 있는데 인기척이 없다"는 식으로 다시 신고해 별 수 없이 현장에 나가는 경우도 많다.
거절했다는 이유로 신고자들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문 개방 요청을 거절하면 욕을 퍼붓기 일쑤고 현장에 갔다가 비응급 상황이라 판단해 이유를 설명하고 거절을 해도 막무가내인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노완현 경남도소방본부 구조구급담당은 "시민들이 '이 정도는 해주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전화를 하는데 무 자르듯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오경아 인천소방안전본부 구조구급팀 반장은 "구조구급 이행 여부와 상관 없이 '만일의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 확인을 위해서라도 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출동 건수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훈.손상원.이종민.최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