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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밀회’, 피아노라는 관능 혹은 권력

우리가 진정 탐하는 것은?


여자에게는 알아들을 ‘귀’가, 남자에게는 유려하게 건반을 다스릴 ‘손’이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숨겨진 ‘재능’을, 남자는 여자의 ‘관능’을 알아보았다. 그날 그 피아노가 있던 자리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JTBC 월화극 <밀회>의 주인공 김희애―유아인은,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과 날개 꺾인 천재 (예비)피아니스트 이선재로 열연 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주인공은 피아노다. 그들을 매개하는 건 늘 피아노다. 남자는 여자를 ‘선생님’, 그 여자의 남편(박혁권 분)은 ‘교수님’이라 부른다. 이 삼각관계 또한 피아노가 지배한다.

피아노는 원래 관능적인 악기다. 새삼스러운가? 대한민국의 온갖 매체를 장악한 <밀회>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 조금 어이없기도 하다. 왜 이리 호들갑인가. 피아노는 원래 그런 악기다. 가장 ‘대중적’일 것 같지만, 그러나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오랫동안 지켜봐 줄 스승이 필수인 악기다. 피아노 관련 영화들이 유독 많은 이유다. 또 피아노는 악기이면서 거대한 가구다. 그랜드 피아노는 방 하나를 아니 콘서트홀을 다 차지해 버린다. 가지고 싶다면 제대로 된 집부터 갖춰야 할 것 같은 ‘벅찬’ 악기다.

한때 그런 피아노에 대한 욕망을 전 국민이 품었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마루에 피아노를 놓고 ‘엘리제를 위하여’의 선율이 담장을 넘어가는 집에 대한 환상, 피아노는 그 시절 경제 문화적 윤택함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 피아노가 지금 드라마 속 욕망의 대상으로 돌아왔다. <밀회>에서 오혜원은 타인의 결핍에만 반응해 온 여자다. 남들이 다 자립하고 나면, 고급 심부름꾼인 그녀는 설 곳이 없다. 타인의 재능을 탐하지만 본인은 치진 못하고 듣기만 하는 피아노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 못해 더 집착해왔다. 선재에게 끌리지만 갖고 싶은 것은 선재 자체보다 그 ‘손’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위험한 드라마다. 지나간 꿈과 좌절, 회한이 불현듯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꿈틀거린다. 때로 시청자를 아찔하게 만드는 ‘피아노’의 힘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에 반응할 사람들은 사실 정해져 있다. 피아노만으로 드라마의 모든 것을, 느닷없는 열정과 복잡한 관계망을 설명하는 데는 무리수가 따른다.

게다가 현재 그 여자가 빠져 있는 게 정말 그 남자일까? 그녀는 평생 피아노에 대한 갈구에 시달렸다. 자신에게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냉혹한 연인인 피아노가 이 철부지 청년에게는 감당도 안 될 재능을 폭포수처럼 허락했다. “미쳤구나”라는 그녀의 그를 향한 첫 신음소리에는 그 모든 질투와 갈망과 탐욕이 교차했다. 이선재는 오혜원에게 있어 어쩌면 흰 건반과 검은 건반으로 이루어진 육체였던 걸까. 이 농밀한 관계에 균열이 오는 건 선재가 ‘진짜 남자’가 되는 순간일 것인가. 그때부터가 진정한 드라마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모든 것은 ‘피아노’가 결정할 것이다. 피아노를 쥐고 있는 자가 결국 관계의 권력자이자 독재자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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