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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편지] 엄마의 언덕

여보게 자네. 내가 살펴보건대 요즈음 자네의 하루하루는 고한조(苦寒鳥)라는 상상 속의 새와 꼭 같구나.


밤이 오면 둥지가 없어 온몸을 파들파들 떨고 지새우면서, 내일 낮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둥지를 짓겠다고 굳게굳게 다짐하는 새. 그러나 낮이 되어 날이 따스해지면, 지난 밤 추위에 오들오들 떨던 일을 아주 까맣게 잊어버리고 모든 정열을 노는 일에 쏟다가, 밤이 오면 다시 파들파들 떨면서 내일에는 반드시 둥지를 짓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새.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둥지를 가져보지 못하고 안타까운 생애를 마감하는 고한조라는 불쌍한 새와 꼭 같구나, 요즈음 자네의 하루하루는....

뭐라고? 전과(轉科)를 하겠다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물론 재빨리 전과를 해야 되겠지.


그러나 전과를 한다는 것은 자네의 생애를 확, 바꾸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남의 밥에 있는 콩이 훨씬 더 굵게 보이는 심리현상의 소산이 아닌지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혹시 그럴지도 모르므로 내 나이가 자네와 비슷하던 젊은 날에 어디선가 읽었던 옛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구나. 모쪼록 최종적인 결정에 참고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옛날이다, 그것도 아주 먼 옛 날. 자그마한 언덕에 엄마 품을 겨우 떠난 아기 염소 한 마리 투덜거리며 살고 있었지. 그가 사는 언덕엔 풀이 적다고, 적어도 보통 적은 것이 아니라 실로 너무나도 적은 데다가 변변한 샘물조차 하나 없다고, 투덜투덜 투덜대다가, 어느 날 문득 저 아득히도 머나먼 곳에 풀이 엄청나게 많은 푸른 산 하나를 보았다더군. 맞다. 저기가 유토피아다, 하고 단숨에 달려 가 보았지만, 그러나 그 곳은 황무지였어. 멀리 있어서 아름답게 보였을 뿐 마실 물도 없고 풀도 변변치 않은 곳에 와서, 세상은 다 이처럼 삭막하다고 투덜거렸지, 투덜거렸어, 조물주이신 어머니를 향하여. 바로 그 때였어. 그 아기 염소가 아! 하고 가볍게 탄성을 지른 것은.... 저 아득하고도 머나먼 곳에 풀이 아주 무성한 아름다운 언덕 하나가 보였거든. 옳거니! 저곳에 가서 살아야 되겠구나, 하고 정신없이 달려가 보았더니, 그곳이 글쎄 그의 엄마가 길 떠난 아들을 짧은 목 길게 빼어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고향 언덕이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