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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편지] 고백성사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을 뽑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 김종철의 「고백성사」



아침 식탁 위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쌀밥 한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그 밥을 보기가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밥도 아마 잠시 후에 나 같은 놈의 입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자기 자신의 운명 앞에서 슬프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해서 속으로 흑흑 흐느껴 울고 있을 테지요.


저의 가슴에는 오래도록 남모르게 숨겨둔 여러 개의 대못이 있었습니다. 수시로 삐쭉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윤리와 도덕이란 이름의 장도리로 탕탕 박아둔 대못들이지요. 어제 저녁 술김에 저는 그 대못들을, 그렇지 않아도 빠질까 말까를 망설이면서 흔들리고 있던 대못들을 못빼기로 죄다 뽑아 형의 가슴에다 탕탕 박았습니다.

상처가 날 줄 알면서도 박은 대못이기에, 들어갈 때 휘청 굽어서 들어간 대못이기에, 그 못은 이제 영원히 뺄 수가 없을 것이니, 어찌하면 좋죠?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침 식탁 위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쌀밥 한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그 밥을 보기가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밥도 잠시 후에 나 같은 놈의 입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자기 자신의 운명 앞에서 슬프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해서 아마도 속으로 흑흑 흐느껴 울고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저는 얼굴에다 두꺼운 철판을 깔고 흐느껴 우는 슬픈 쌀밥을 숟가락에 떠서 내 입에 밀어 넣으면서 오래 전에 지어둔 한 줄짜리 시 한 수를 나직하게 읊조려봅니다.

밥을 삼켰어요, 흑, 흑, 우는 밥을,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껴, 우는 밥을, 내 입엔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밥을 !


- 이종문의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