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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그 후

청년 절반 이상 “도움된다”…자영업자들은 “부담된다”

2018년 연초부터 ‘최저임금’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저임금이란,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그 지급을 강제하는 임금을 말한다. 양극화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하는 저소득층의 낮은 근로소득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경제의 저성장 극복을 목표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더불어 2018년 7,530원으로 16.4%인상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청년들의 삶의 변화를 살펴보기 전에 현재 청년들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7일간 총 2,707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2018청년관찰보고서’에 따르면, ‘주거형태’부문에서 청년들의 5명중 3명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고 약 3명중 1명은 자취 또는 하숙을 하며 생활했다. ‘취업형태’부문에서 10명중 3명은 아르바이트, 2명은 정규직으로 취직하여 생활비를 벌고 있으며, 다른 3명은 미취업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의 참여가 많았기 때문에 미취업 상태인 청년들의 대부분은 대학생으로 예상된다. ‘생활비 충당’부문에서 청년들은 한 달 생활비로 3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하거나(37%), 부모님의 도움을 일부 받고 그 외의 부분은 스스로 충당하는 것(32%)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약 64% 성장했다. 그러나 가계소득은 경제성장의 1/3에 불과한 21% 증가에 그쳤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하위 20% 저소득계층의 실질가계소득은 2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8%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한국경제는 국민을 잘 살게 한다는 근본적인 목적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기대와 걱정 속에 최저임금이 인상된 지 3개월이 지났다. 7,35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은 주거비, 식비, 교통비, 통신비, 취업준비비용 등 돈 쓸 곳이 많은 청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018청년관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최저임금인 7,530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55%로 가장 많았고, ‘부족하다.’는 의견은 33%, 최저임금이 ‘많다.’는 비율은 12%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최저임금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의 청년들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54%)고 답했다. 특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경우 72%가 ‘적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69%는 ‘생활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급여상승이 41%로 제일 높았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삶의 질 향상이 35%를 차지하였다. 저축이 3%, 근로의욕상승이 1%로 뒤를 이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달 최저임금 인상 후 첫 월급을 받은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난방비 걱정을 덜하며 보일러를 틀고 잘 수 있게 되었다. 당장 삶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생활의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들의 삶에 소소한 변화를 이끌었다.

긍정적인 답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 이유로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그만큼 물가상승이 되었기 때문에 영향이 없었다.’라는 응답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라는 응답이 21%,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사업주가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이 11%, ‘평소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임금에는 영향이 없다.’가 그 뒤를 이었다.

사회 곳곳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우려도 들린다. 대표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자영업자는 프랜차이즈일 경우 본사 로열티와 함께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등을 부담하고 있는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본사와 건물주 등 갑(甲)에게 문제제기는 못하고, 을(乙)들의 파이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노동자의 인상된 최저임금 부분을 대신 지급하는 방식의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1인당 13만원 정도 지급한다고 한다. 또한, 사업장의 사회보험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사업도 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은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와 소속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고용보험, 국민연금)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함으로 사회보험 가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자영업자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살인적인 임대료와 고질적인 갑질 구조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에 있어서, 경제구조의 개혁과 사회적 합의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최저임금이 양극화의 심화, 저성장 등의 국가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내수의 증가가 생산과 투자를 촉발하는 첫 단계일 뿐이기에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성어다. 이 말이 줄어서 ‘경제(經濟)’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을(乙)’들의 파이싸움이 아니라, ‘경제(經濟)’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청년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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