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약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목표물과,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증명해 줄 수 있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
적금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웬 적금? 뭐하러? 그리고 얼마 동안? 적금은 적금인데 그 외에는 사실 각자에게 달려있다. 기간은 대학 재학 중 2년 이상이면 좋겠다. 이 적금으로 무엇을?
나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지는 매월 적금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은 경비로 갈 수 있는 곳부터 좀 더 많은 경비가 필요한 지역까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곳을 방문하는 것이 학생으로서 최우선 순위이겠지만 그와 무관할 수도 있다.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곳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으로... 생명의 지장(?)만 없다면 아프리카, 그리고 남아메리카, 북유럽 등. 내 주위에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뉴질랜드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매월 적금액은 학생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먹고 살면서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겠지만 좀 빠듯한 느낌이 드는 정도의 액수이면 좋다. 부모님께 돈을 타서 넣는 적금은 여기서 말하는 적금의 의미에 들기가 힘들다. 적어도 좋으니 2~3만원부터는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적금을 드는 데는 좋은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서 그 목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낼 것이고, 적금을 하기 위해 쓰임새가 알뜰하고 검소해질 수 있다. 매달 쌓여가는 적금액을 보는 그 기분은 어떨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 혼자 가는 여행보다는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몇 년 전에 나의 대학원생 제자 중 여섯 명이 함께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여름 오르간 클래스를 참가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고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다.
이 적금드는 것이 중도하차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같이 가지 못하더라도 친구와 가족에게 계획을 알리는 것이 좋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옆에서 격려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적금을 들면서 여행 준비를 충분히 하고 다녀온다면 본인에게 어떤 것보다 값진 일이 될 것이다. 그 후에는 새로운 적금을?
꿈꾸는 자는 행복하다고 하였는데, 허황한 꿈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면서 꾸는 꿈 중의 하나가 적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