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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억눌린 욕망에 관한 영화

피아니스트

◎ 영화명 : 피아니스트(The Piano Teacher, La Paniste, 2001)


◎ 감독 : Michale Haneke


◎ 주연 : Isabelle Huppert, Beno Magimel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독일에서 유학할 때인 2001년 어느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제목이 주는 고상함과 200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녀주연상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상경력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스승과 제자 간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일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영화 전반부에 여주인공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곧 깨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한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이 영화의 엔딩은 나를 경악케 만들었다.
200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의 원작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를 영화 ‘퍼니 게임’으로 잘 알려진 미하엘 하네케(Michael Haneke)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교수인 에리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성 정체성과 왜곡된 애정관을 다루고 있다.
여주인공 에리카는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의 피아노 교수이다. 음표 하나 틀리는 것도 용서하지 않는 엄격한 그녀가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가는 곳은 포르노비디오 가게이다. 관음증과 사도마조히즘의 욕구에 사로잡힌 에리카의 엽기적 행동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처음에는 당연히 여주인공 에리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무엇이 에리카로 하여금 보통 여자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의 원작 ‘피아노 치는 여자’는 작가 옐리네크의 자서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에리카처럼 옐리네크도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던 어머니를 증오했다고 한다.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영화와는 달리 원작소설에서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좀 더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에리카의 엽기적인 행동에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어머니에게 종속되어 통제와 억압 속에 살아온 에리카의 삶은 왜 그녀가 보통 여자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억눌린 욕망을 해소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여러분이라면 이 가련한 여인을 동정할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피아니스트’의 에리카는 “우리 세계의 현재 모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것은 원작자의 견해이기도 하지만, 감독이 영화를 통해 부각시킨 측면이기도 하다.
깊어 가는 가을, 이 우아하고 완벽한 피아니스트의 외롭고도 쓸쓸한 사랑을 통해 우리 세계의 현재 모습을 한번쯤 음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