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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돌이와 탑의 미학

우리는 때때로 여행을 한다. 여행길에서 산사를 찾고 여기서 크거나 작은, 혹은 소박하거나 우아한 탑을 만난다. 진지한 얼굴로 합장을 하고 탑 주위를 도는 사람들도 만난다. 절집이 다 비슷하듯이 탑들도 다 닮아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합장을 하고 탑돌이 하는 모습에는 별 다른 관심없이 기념사진 하나 찍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그러나 사실 탑들도 저마다 다른 사연과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탑의 아름다움과 탑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탑은 부처님의 무덤이다. 석가가 열반에 든 다음 화장을 하고 무덤을 만들었다. 나중에 석가를 사모하던 사람들의 순례행렬이 이어지자 무덤을 장식한 것이 탑의 시초이다. 그래서 탑 속에는 부처님의 유골인 사리를 안치한다. 물론 화려한 장식의 사리함이나 불경, 소탑, 구슬 등의 공양물도 함께 넣었다. 불상이 기원 후 1세기 때 만들어졌으니 탑은 이보다 몇 백년 먼저 만들어진 불교의 숭배대상이다. 사람들이 탑돌이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도의 탑은 아쇼카 왕대에 크게 번성하였고, 이어 이웃 나라로 전파돼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탑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나라별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큰 규모의 목탑을 만들었으나 너무 많은 돈과 인력이 요구돼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7세기 초부터 정림사지 5층석탑이나 분황사 석탑 같은 우
리나라 고유의 석탑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석탑은 법당을 형상화 한 것으로, 상륜부, 탑신부 기단부의 세 부분으로 돼있다. 상륜부는 구슬(보주)과 법륜을 상징하는 여러 개의 보륜을 찰주라고 하는 쇠막대에 끼워 탑을 장식하는 모습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옛 탑에서 상륜부가 없는 것은 찰주가 산화되면서 보륜이 떨어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탑신부는 법당의 지붕과 기둥을 상징하는 지붕돌과 몸돌로 구성돼 있다. 탑의 층수는 지붕돌의 수를 헤아리면 된다. 대개 3-5-7-9의 홀수이다. 기단부는 탑신을 받치는 기반 역할을 한다. 신라탑은 대개 2중 기단의 안정된 모습이고, 백제계 탑은 경쾌한 단층이다.

탑은 무덤인데도 우리에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탑의 조형성과 조각기법의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조형성에 있어서는 기단부에서 상륜부까지 체감비율과 조화, 조각기법의 상징성과 예술성 등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여기에 건립 배경과 연대, 관련된 설화 등의 역사?문화적 요소가 탑의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사실 이런 전문적인 것보다 일반인들은 탑을 보았을 때의 첫인상 즉 장중함, 단아함, 화려함, 소박함, 세련미 등의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인상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을 통해 계명인들이 우리 고유문화의 한 자락인 탑을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문화인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