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로 해외 촬영을 다녀온 지인 G에게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기분 좋을 때, 무엇인가 잘 해냈을 때, 상대방 솜씨가 마음에 들 때 G는 오케이 사인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것이다. 은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너무나 정직하고 원초적인 표현이다. 너 최고!, 나 지금 기분 최고!, 방금 한 그 말 최고! 그가 이 말을 하고 싶어할 때마다 내 눈 앞엔 이미 우뚝 세운 그의 엄지손가락이 한 명의 병사도 잃지 않고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척추처럼 꼿꼿하게 서 있다. 말하자면 G의 브라질 출장 후유증이다.
브라질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사람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말이 끝나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G의 눈을 보고 물음표 표정을 던졌단다. 한두 명이 아니라 정말 모두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나 잘 했나요?' '내 인터뷰, 오케이컷인가요?'라는 표정을 지었단다. 그러면 G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잘 했어요.' ' 좋았어요.' 콜롯세움의 로마황제의 그것 부럽지 않게 바쁜 G의 엄지손가락이었다.
그렇게 브라질에서 G는 많은 대화를 엄지손가락으로 대신 했다고 한다. -맛있어요?/맛있어요. -브라질 좋아요?/최고예요. -저기 갈까요?/저기 좋아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아 좋아요…….
그러나 알면 알수록 세상은 넓고도 좁고 좁고도 넓다. 정작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오케이 사인(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펴서 영어로 OK 이니셜을 만드는 손동작.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나타내기도 한다.)은 브라질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손동작이다. 브라질에서 그 동그라미 모양은 남녀의 성기나 항문을 가리킨다. 성기와 관련된 손짓? 그렇다. 이것은 최악의 욕으로 상대방을 모욕할 때 쓰는 동작이다. 브라질에서 엄지손가락은 서 있을 땐 최고, 둥글렸을 땐 최악의 존재인 것이다. 바라건대 미래의 브라질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그곳에서 엄지손가락 둥글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엄지손가락을 꼿꼿하게 세우고 '무이뜨 봉!'이라고 외칠 일만 있기를.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다. 오래 전 주스 CF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는 브라질 최고의 찬사가 '따봉!'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정도의 느낌이 강해 (원래 찬사의 표현에는 프리미엄을 많이 붙여야!)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에서 최고를 외치고 싶을 땐 '무이뜨 봉!'이라고 외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