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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던 화장실 이야기


‘한 줄 서기’란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의 일이다. 외국의 어느 화장실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음에도 운좋게 칸막이 문 앞엔 줄이 하나도 없었다. 귀찮게 줄을 설 필요 없이 빈칸이 생기자마자 내가 들어가려는 그 때였다. 사람에게는 본능이란 것이 있다. 이상하게 뒤통수가 엄청나게 따가웠다. 혹시나 싶어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다시 보니 일없이 서 있다고 생각했던 그 꽤 많던 사람들이 한 줄로 서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 칸막이 문에서는 꽤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 칸 앞에 여러 줄이 만들어져서 혹시라도 자기가 선 칸의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들던 시대라 나로서는 ‘한 줄 서기’란 개념은 상상도 못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따가운 눈빛으로 나는 그 짧은 순간에 ‘한 줄 서기’의 개념과 규칙을 한마디의 설명 없이도 모두 깨달았다.

지금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상식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아직도 ‘낯선 다른 문화권의 화장실 룰’이 존재한다. 원칙적으로 서양에서는 화장실 문을 노크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노크 없이 불쑥 문을 열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너무 급해서 안쪽의 사람을 재촉할 때만 노크를 하는 편이다. 노크를 ‘거기 사람 있어요?’라기 보다는 ‘어서 나오세요!’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노크도 없이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여기서 또 하나의 숨은 룰을 알 수 있다. 화장실에서 나올 땐 문을 꼭 닫고 나오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 문을 살짝 열어 놓고 나오는 것이 예의다. 누군가 다음에 화장실에 들어올 사람이 안 쪽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무례한 뉘앙스의) 노크를 하고 문을 여는 불편이 없도록. 한 줄 서기를 한 사람들이 그 많은 칸 중에서 사람이 없는 칸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이런 합리적이고 편리한 룰이라면 우리도 나눌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