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젊은이가 있다. 24세의 건장한 청년. 그러나 대학에 다니지 못하고, 주민 수가 1천 명을 약간 상회하는, 우리로 치면 인구소멸지역의 면 단위 정도 될 법한 동네에서 식료품 가게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선지 10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 일로 인한 트라우마와 깊은 우울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는 200킬로가 넘게 나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온종일 거실 소파와 한 몸이 돼 TV를 보거나 그대로 잠들거나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온 형이 있었으나, 제 한 몸 살기 위해 가족을 등지고 떠나버렸다. 누나가 파트타임 노동을 하며 가사 일을 돌보고 있고, 지적장애를 가진 남동생은 이제 곧 18세 생일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사춘기의 반항기로 똘똘 뭉친 막내 여동생까지. 일가족 부양책임을 짊어진 이 젊은이의 이름은 ‘길버트 그레이프(Gilbert Grape)’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라세 할스트롬 감독, 1994)의 원제는 ‘What's Eating Gilbert Grape(피터 헤지스 원작)’다. 직역하면 다소 살벌한 느낌인데, 의역하자면 ‘무엇이 길버트 그레이프를 힘들게 하는가’ 정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는 ‘씨 헤이븐(Sea Haven)’이라고 하는 작은 항구도시에서 30년째 살아오고 있다. 어려서부터 모험심이 강했던 그의 장래 희망은 마젤란 같은 탐험가였다. 그러나 부모와 학교 선생님은 그의 의지를 꺾고 순치시키는 방향으로 통제와 교육을 이어 왔다. 선생님은 세계지도를 펼치며 이제 지구상에서 새로 발견할 땅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소년의 욕구를 잠재울 방법은 없었다. 소년은 아빠와 함께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고, 폭풍우 속에서 표류하다 아빠를 잃게 된다. 이로 인해 트루먼은 물(바다)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트라우마)을 갖고 살게 된다. 그가 씨 헤이븐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이유도 그곳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다리를 건너는 것조차 너무나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보험회사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하며 대학 축제에서 만난 메릴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그의 실상은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 분)’라고 하는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책임프로듀서가 30년째 연출하고 있는 <생방송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한 인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