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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출산은 여전히 '공약'의 대상?

-이명박 발언, 장애인 비하가 아닌 여성 통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그에 대한 정책은 언제나 남성 대표가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아이들의 숫자를 조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성의 몸을 국가가 관리하고 나아가 국민의 이불 속까지 들여다보고 검사하는 사생활 통제로 드러난다. ‘새마을 시대’를 거친 우리 국민에게, 지난 30년 간 아이를 더 낳느냐 마느냐는 국가의 선택이었다. 단산과 출산이 불과 한 세대 만에 국정의 으뜸 사안이 될 만큼, 우리나라는 정권 중심적 발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장애인 비하 및 낙태허용’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장애인단체와 여성계, 종교계 모두를 쑤셔놓은 이 발언의 문제점은 단순 말실수가 아니라 대권주자와 그가 속한 집단의 생각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낙태를 둘러싼 생명윤리 문제는 일단 유보하겠다. 그것을 논할 만큼 복잡한 윤리적 고민 속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지는 낙태가 여전히 정부 소관이라는 사실,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가 당사자가 아닌 행정 수반의 결제 아래 놓여있다는 ‘새마을 시대’의 사고를 공표했다는 점이다. 장애아일 경우에 제한적으로 아이를 없애라는 논리는, 그래서 생명의 문제가 아니고 장애인 인권의 문제도 아니다. 아이를 국가의 자원으로 보고 임신과 출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개발 독재 시대의 시스템일 뿐이다.

스파르타 시대부터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까지, 여성의 몸을 통제해 ‘유토피아’를 만들려는 시도는 집요했다. 1966년 차우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낙태와 피임을 금지했다. 공산사회를 위해 베이비붐을 택했던 차우세스쿠의 몰락 이후, 세계는 그 ‘유토피아’의 잔혹한 이면을 목도했다. 숲 속에 방치된 장애아 수용소에서 산 채로 버려져 쥐에 뜯기던 장애아동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격리된 상태였다. 독재의 시스템이 그 아이들을 ‘불량품’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의 끔찍한 발언을 언론은 즉각 ‘장애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발언이 문제가 된 날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약속이나 한 듯 ‘고령 임신이 기형아 출산 요인’이라는 기획 보도를 쏟아냈다. 여성 개인에게 ‘기형’과 ‘장애’의 책임을 돌리면서 일제히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산전 검사’를 잘 받으라는 것이었다. ‘낙태’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그 산전 검사를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이명박 발언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명박 측의 해명이 ‘제한적인 용납’을 가정한 것뿐이며 자신은 ‘기본적으로 낙태반대론자’임을 거듭 천명한 것만 봐도, 이 문제의 본질이 ‘장애인 차별’이 아닌 출산 통제였음을 입증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히틀러가 살아 있다면 누구 편을 들까’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히틀러와 나찌는 낙태금지를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다만 의학이 덜 발달돼 낳은 후에야 ‘선별’이 가능했다는 그 시대의 한계가 유일한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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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