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만 평에 달하는 성서캠퍼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세 개가 있다. 남문, 정문, 동문, 이 세 문이 북쪽의 궁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캠퍼스로 들어가는 길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내게 매일 이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적지 않은 즐거움이다. 성서 계명대의 건축물에 대해 네 번의 글을 써야하는 내게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이 캠퍼스의 문이다. 80여개의 건물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착안한 것이다. 네 개의 문이 여는 길을 따라가며 내 시선을 끄는 건물을 하나씩 정하기로 했다. 자의적이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이다. 군자대로행, 먼저 정문으로 들어가 보자. 대리석 기둥의 웅장한 문을 지나면 멀리 궁산 아래 적벽돌로 된 장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큰 건물, 지하 2층 지상 7층에 6,538평의 동산도서관이다. 대학의 심장 도서관이 정문에서 일직선상에 있으면서 동시에 캠퍼스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구도가 뭘 말하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계명대 도서관의 역사는 유구하다. 최초의 도서관은 1958년 대명동에 준공한 바우어기념도서관이다. 1980년에는 720평의 저 라이브러리가 5,103평의 장엄한 동산도서관으로 변모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도서관으로 150만권의 도서를 소장할 수 있고 좌석은 2천6백 개에 이르렀다. 현상공모를 통해 선발된 정주건축이 설계했다. 저명한 미국의 필립 엑서터 아카데미의 타원형 도서관과 닮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계명대 지성의 근간을 이루어 온 이 ‘동산’이란 명칭은 어디서 왔을까? 이는 학교의 설립에서 1978년 종합대로 승격하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한 제3대 학장 신태식 박사의 호이다. 그 뜻에 주의해야 한다. 동산(童山)은 통상 우리가 연상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정원이나 언덕을 뜻하는 ‘동산’이 아니다. 그 반대로, 초목 하나 없는 민둥산을 의미한다. 사실 대명캠퍼스의 출발이 그랬다. 이에 신태식 박사는, 자신은 민둥산으로 헐벗더라도 캠퍼스는 수목 우거진 동산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캠퍼스의 수목은 미적 관조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생태감수성을 함양하는 데 최상의 교육적 환경을 제공한다.
대명동 동산도서관은 1993년 성서로 이전해오면서 동산관으로 개명되어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게 되었다. 20년 전에 이전해 온 현재의 동산도서관은 2013년에 리모델링을 거쳐, 도서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고·최상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좋은 사람으로 들어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나가자 BONUS INTRA MELIOR EXI.” 도서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붙어있는 라틴어 문구다. 대학도서관, 물론 공부하는 곳이다. 여기에 밤낮이 따로 없고 사시사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도서관 건물을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를 주목하라! 그 푸르름이 우리의 변치 않는, 또 영원히 변치 않아야 할 학구열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