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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력특집 - 계명의 건축물, 그리고 계명의 역사(1)

미래에서 내려다보는 계명의 통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동산의료원-제중원


역사는 시간의 흔적이다. 시간의 흔적을 추적해보려면 공간적 매개가 필요하다. 기실 공간이 전제되지 않은 시간이란 표상하기도 힘들다. 인간은 땅 위에 집을 지으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계명대의 역사 또한 계명인의 집을 지으며 발전해 왔다. 계명대 60년의 역사는 캠퍼스 안에 구축된 크고 작은 건축물에 배어있다. 건축을 예술로 본다면, 건축만큼 실용성을 미의 바탕으로 깔고 있는 현실적 예술은 없다. 이러한 건축미학이 계명대 캠퍼스만큼 잘 구현되어 있는 경우를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 개교 60주년을 맞아 계명의 건축물을 둘러보며 그 속에 침윤되어 있는 계명의 역사를 추적해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에 나는 곧장 과거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감행한다. 그 시점은 2015년하고도 가을쯤, 성서 캠퍼스의 남쪽 의과대학 아래로 지하 5층에 지상 20층의 장엄한 건축물이 서 있다. 대구의, 아니 한국의 의료사에 새로운 장을 열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신축 건물이다. 이 웅장한 의료원의 존재를 심상에 담고 나는 다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 그리고 장장 116년 전 약전골목에 있는 한 초가집에 이른다.

그러니까,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역사는 1899년 미국 북장로파에서 파견한 존슨(Woodbridge O. Johnson)이 약전골목의 한 모퉁이에 제중원을 세우면서 시작한다. 濟衆院, 뭍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의 이 양식 병원은 개원하자마자 환자들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이를 조선의 한 초가집이 다 감당할 수는 없었기에 곧(1906년) 서문시장 맞은편, 현재의 동산(東山)으로 이전 신축하였다. 이때 동산기독병원이란 새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 동산은 척박하기 짝이 없던 언덕으로 묘지를 구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시신을 묻곤 하던 땅이었다. 골고다 같은 언덕에 ‘예수의 복음을 토대로 영혼을 구원하고 육신의 고통을 제거하여 국민보건을 향상한다.’는 미션 아래 선교사들이 근대식 의료기관을 세운 것이다. 병원은 일취월장하여 얼마 안 있어 종합병원으로 발전했고, 1931년에는 현재 구관으로 남아있는 붉은 벽돌의 아름다운 건물이 들어섰다. 동산병원은 기독정신에 입각한 의료사업을 하며 대구 경북 일대에 복음을 전파했다. 무려 147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1950년대부터는 새로운 의술을 받아들이는 등 눈부신 발전을 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존슨을 비롯한 초대 선교사들은 병원과 교회만 세운 것이 아니다. 병든 육신을 고치고 복음을 전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의 교육에 눈길을 돌렸다. 미래의 소망은 교육에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계성학교(1906년)와 신명학교(1907년)를 세워 중등교육의 역사를 열었다. 그 후 1954년에 개교한 계명대학은 바로 이 중등교육을 계승 발전시킨 고등교육의 본산으로서 계성의 ‘계’와 신명의 ‘명’을 따 만든 이름이다. 1980년부터는 계명대학교와 동산병원이 손을 잡고 의과대를 설립하는 등 계명대학 동산의료원의 시대를 열었다.

요컨대 계명의 역사는 일차적으로 60년 전 대명동으로 내려가지만 그 뿌리는 다시 55년 더 내려가 제중원으로 이어진다. 이 115년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외적 형상이 병원과 교회와 학교라는 삼각 축이라면, 치유와 복음과 교육은 그 축을 움직이는 가치이자 원동력이었다. 이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인바, 내년부터는 이 삼각 축이 한 울타리 안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