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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만 촛불, 민주주의를 향한 꺼지지 않는 희망

대규모 평화 시위, 선진 시민으로의 발판 역할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은 회를 거듭할수록 거세어지는 촛불민심 속에 무색해진지 오래다. 1차 대규모 촛불집회에서는 2만명이 모였는데, 최근 진행된 6차 집회에서는 12월 3일 19시 30분 기준으로 집회 시작 1시간 반만에 전국 1백95만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를 나섰다. 촛불집회 참여 인원 기록은 매회 갱신되고 있다. 이렇듯 시민들의 강렬한 저항과 염원은 바람 불면 꺼지기는커녕 ‘횃불’이 되어 번져나가고 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촛불을 밝히는가?

● 올해 촛불집회의 발자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시작은 ‘최순실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촉발됐다. 대한민국 국정이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이에 10월 29일 참여인원 2만명(경찰 추산 1만2천명)의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어 사태의 중심인물인 최순실 씨가 구속되고 하루 뒤인 지난 11월 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조사, 나아가 특별검사 수사를 받겠다.”라고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다.”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퇴진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결국 11월 5일, 2차 촛불집회의 촉매제 역할을 했으며, 이날 참석인원은 주최 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4만8천명)으로 1차에 비해 10배(4배) 가량 늘었다. 그 후 3차 집회는 늑장 소환 등으로 이미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으로 촉발됐다. 4차 집회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이후 19일 열려 학생 및 학부모의 참여도 이루어지며 주최 측 추산 95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의 시민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 열린 5차 촛불집회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사실상 스스로 퇴진할 뜻이 없음을 밝힌 후 열린 12월 3일 6차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19시 30분 기준)에 의하면 시민 1백50만명, 전국적으로는 1백95만명이 모였다.

● 평화적 집회문화와 민주주의에 시사하는 바
이렇듯 총 6차에 이르기까지의 촛불집회에서 눈여겨 볼 점은 비단 참여인원 급증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며 집회 참여 인원이 많음에도 불구, 성숙한 시민 의식 속 평화적 집회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BBC,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 역시 이번 촛불집회가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과 1년 전에 발생한 ‘광화문 민중총궐기’와 2008년 있었던 ‘광우병 시위’ 등 이제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경찰과 시민의 충돌, 경찰의 강제 진압 등의 폭력적인 시위양상들이 이번 집회에서는 쉬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6일 열린 5차 집회에는 190만(주최즉 추산)명이 결집하는 등 이전의 여러 집회들에 비해 규모는 훨씬 커졌지만 폭력성은 그 자취를 감췄다. 그 이유에 대해 임운택(사회학) 교수는 “이번 대규모 집회엔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 시민들이 참가해 폭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비폭력에 공감하는 절대의 다수가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했다는 점 또한 지금의 평화적인 시위에 호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정육상(경찰행정학) 교수는 이번 집회에서 경찰과 시민의 충돌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대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은 폭력적인 시위에는 공권력으로 대응해야하겠지만 평화적인 시위엔 강제력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또한 비폭력 시위는 경찰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며 이번 평화적, 비폭력적 시위가 선진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었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번 집회가 차후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시위들이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웠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우리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체득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규모 촛불집회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차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번 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 퇴진·하야·탄핵은 지난 12월 2일, 야3당이 탄핵안을 발의하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이양에 관해 여러 차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상황인 현재로써 일정부분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에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참여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이다. 임운택 교수는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훈련되고 확인되어야하는 대상임을 밝히며 “이번 집회는 한데 모인 시민들의 의견이 정책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고,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 언론의 막대한 영향력 속 진실 보는 눈 길러야
한편, 이번 사태가 드러나고 전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역할이 컸다. 채백(부산대·신문방송학) 교수는 “기존 언론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으나 이번에 각종 신문사가 보수와 진보의 구분을 떠나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다.”라며 “이번 사건이 언론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 즉,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 그러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배현석(영남대·언론정보학) 교수는 “언론은 언론의 기능인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여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하며, 국민은 언론이 제기능을 못할 때 채찍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인, 행정가, 언론인들이 제 일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꾸짖는 의미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배 교수는 사실 위주로 보도하려는 노력을 보인 JTBC 등과 달리 몇몇 언론은 선정적인 내용을 의혹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마치 사실인 양 보도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은 언론이 쏟아내는 각종 보도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에 따라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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