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과일 강진환 첼로는 왜 가만히 있지 않는 걸까 나는 음료를 들이켰고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에서 조금 흔들렸다 턱수염을 붓처럼 단 남자가 눈인사를 했다 큰 악기를 다룰 때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다리 사이로 호수가 밀려들었다 촛불을 켜도 될까요 모과는 반짝 서 있다 유리컵을 통과하는 빛을 한 모금 머금은 채 옆의 사람이 속삭인다 저 첼로처럼 안아 줄래요? 누군가 손을 대면 포르르 떨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유리컵 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유리컵 뒤에 서 있었다 선율이 바닥을 쓸어가고 모두 눈을 감고 흔들렸다 흔들린다는 사실이 모든 걸 흔들고 있었다 감은 눈을 다시 한번 감고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호흡을 해요 우주를 떠다니는 과일이 있다고 생각합시다 모과입니다 어둠 속의 빛, 빛 속의 어둠은 모과입니다 모과가 손바닥에 올려지고 모과는 여러분을 보고 있어요 향도 냄새도 우주로 날아가고 모과는 이제 아주 고귀한 우주의 모과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턱수염의 남자가 컵에 음료를 따르고 무대에 오른다 첼로를 우주처럼 안고서 현을 켠다 하나둘 눈을 감는다 모두가 눈을 감는다 보고 있다 정말 모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모과처럼 앉아 있다
노래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곤 한다. 음악의 명랑성을 지니고 싶은 마음으로. 매끈한 악기가 내겐 있다. 오래전부터 품에 안겼다. 악기를 배우면 자세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손가락의 구부림이나 팔목의 각도, 악기를 껴안는 몸의 긴장과 형태까지도. 마찬가지로 시를 쓰면서 마음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시가 나를 연주해 나간다. 명랑함과 슬픔의 얼굴도 다 거기에 있다. 음악이 계속되고 사물은 깊어지고 세계는 우주처럼 넓어진다. 설명할 수 없는 예감들이 일상에서 출몰한다. 나는 그것을 듣고 있다가 글의 형태로 옮길 뿐이다. 일상 속 경험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그러니까 시는 말해지지 않는 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나는 그것을 노래하고 싶어 시를 쓰는 것 같다. 이번 시에선 음악과 사물이 한 공간에서 서로 관통하면서 감지되는 일상의 예감과 존재를 그려내려 했다. 시절처럼 만난 좋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이상하고 허술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BIG 친구들. 아낌없이 조언하는 제민.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기꺼이 문우가 되어준 미미새 선생님들. 수다회 선생님들. 무엇이든 가능성을 열고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