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달 만에 만난 외손주 지원이가 정말 귀엽다. 제 부모가 출근 한 뒤에 이 녀석과 함께 놀고 지낸지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세 살 먹은 외손주는 할미가 낯선지 살갑게 와서 안기지 않았다. 행여 외손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어 아픈 무릎이지만 말을 태워주기도 하고 총놀이도 같이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보았다. 그것이 통했는지 어제부터는 할미 치마 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러더니 오늘 드디어 할미에게 ‘땡깡’을 부렸다. 이제 좀 친해졌다는 표현 같아 기뻤다. 퇴근하고 돌아온 애미가 오늘 잘 놀았냐고 해서 지원이의 ‘땡깡’ 부리던 모습을 찍어 보여 주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땡깡’이라고 써 넣으니 위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외손주를 사랑하는 이 할머니는 아이의 모습을 날마다 일기처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손주가 ‘땡깡’ 부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는 “지원이가 땡깡 부리는 귀여운 모습”이라고 써 놓았다. 이 할머니는 ‘땡깡’이 일본말에서 온 것을 모르고 쓰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땡깡이란 말은 일본말 전간(癲癎, tenkan)을 말하며 전간이란 우리말로는 지랄병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간질(癎疾), 뇌전
쌍계사는 금강산 및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 중 하나인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이다. 쌍계사는 여성 산신을 모신 산신각이 있는 국사암에서 출발했다. 신라시대 혜소선사가 세운 국사암은 민애왕이 그를 국사로 삼아서 생긴 이름이다. 진감국사 혜소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현재 쌍계사에 위치한 육조금당이다. 육조금당은 당나라 때 중국 선종을 세운 육조 혜능의 머리를 모신 곳이다. 혜능의 머리를 쌍계사에 모신 얘기는 고려 각훈(覺訓)의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禪宗六祖慧能大師頂相東來緣起)’에서 연유한다. 신라시대 때 육조 혜능을 쌍계사에 모신 것은 인도의 달마대사 이후 육조 혜능에 이르는 중국 선종의 역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수행법은 일자 무식자이자 나무꾼 출신이었던 혜능의 돈오돈수에 기초한다. 그래서 불교시대였던 신라의 스님들에게 혜능은 석가모니에 버금갈 만큼 위대한 스승이었다. 진감국사 혜소의 법명 중 ‘혜’도 혜능을 사모한 흔적 중 하나다. 전통시대 한국의 스님 중 ‘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혜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 지눌은 혜능의 법문을 기록한 『육조단경(六
사랑이야기와 외줄타기의 공통점은, 끊어질 듯 이어진다는 점이다. 위태로움이 정체성이고 본질이다. 걸음걸음마다 위기 아닌 것이 없으며 한 번 심하게 출렁여야 균형도 잡는다. 역설적이지만 분명한 건, 안전하고 안정되기만 해서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는 점이다. 영화 <버티고(Vertigo, 감독 전계수)>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 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로이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밖 로프공 관우(정재광)와 마주하는 아찔한 고공 감성 영화다. 서영은 IT업체의 계약직 디자이너로 상사 진수(유태오)와의 비밀 사내연애에도, 꼬여만 가는 가정사에도 치이고 지쳐간다. 현기증을 뜻하는 영어단어는 버틴다는 우리말과도 닮았다. 배우들은 눈빛, 목소리, 동작 하나하나에 응축된 감정을 담아 ‘말라가는’ 일상의 세부를 표현해냈다. 이런 세상에서 멀쩡한 것들은 ‘정물(靜物)’뿐이다. 사람들은 휘청거리고 실수하고 튕겨져 나간다. 강화유리 외벽과 그 안의 소파와 벽에 걸린 그림... 굳건해 보이는 탕비실과 질서정연한 사무실. 허나 거기야말로 40층도 넘는 실로 까마득한 허공이다. 발 디딜 데 없이 누추한 사연들이 낱낱이 폭로되기에 적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마저 유리
●뮤지컬 <헤드윅> 일시: 2019.11.15.~11.17./ 장소: 계명아트센터/ 문의: 053-762-0000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소년 한셸은 미군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록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어느 날 암울한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날 기회가 오고, 성전환 수술을 한 한셸은 여자 ‘헤드윅’으로 살아간다. 실패를 거듭한 후 록 밴드를 통해 삶을 재출발 하려는 헤드윅,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록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공연을 관람해 보자. ●전시 <민병헌: 자연과 인체> 일시: 2019.10.26.~12.22./ 장소: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문의: 053-766-3570 40여 년간 끈질기고 일관된 작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인 민병헌 사진가의 흑백사진전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흑백의 텍스처, 오랜 교감의 결과로 얻어진 ‘결’에 주목했다. 컬러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 느끼는 모호함과 흐릿함. 하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는 그의 깊은 사색과 숨결을 느껴보길 바란다.
가을이 왔다. 내가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은, 굳게 닫아두었던 창문을 아침저녁으로 활짝 여는 것이다. 무더웠던 여름에는 창문 열기가 그렇게 두려울 수 없었건만, 어느덧 활짝 열어두어도 딱 기분이 좋을 만큼의 시원함이 스친다. 좋아하는 노래 목록을 재생한다. 말라가는 화분에는 듬뿍 물을 주었고, 반가운 마음에 대청소도 시작한다. 누군가가 1년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는, 옷장을 열어 탐색에 들어간다. 입은 기억이 까마득한 연분홍 블라우스와 청치마가 눈에 띈다. 청치마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어느 순간 편안한 옷을 선호하게 되었다. 살을 빼면 그때 꼭 다시 입겠노라고 접어두었던 나름의 사연이 있는 옷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입지 않을 것 같은 무언의 느낌에 과감히 상자 속에 던진다. 짧은 여름옷은 구석으로, 긴 종류의 옷을 꺼내기 쉬운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에 대비하여, 약간 도톰한 후드도 꺼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가 막바지에 달할 무렵, 돌려두었던 이불빨래가 꺼내달라고 아우성이다. 무거운 이불을 낑낑대며 널어두고 나면, 그제야 화장실 청소가 남았다는 사실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청소를
지난 10월,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은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가져왔는데, 언론에서는 고인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오랫동안 앓고 있었던 우울증 때문이라 밝혔다. 그 사실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고인이 앓았던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악성댓글’을 꼽았다. 결국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무분별한 악성댓글이었다.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종 SNS에서 익명성이라는 방패 안에 숨어 면전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내가 어떤 댓글을 쓰든 나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그 익명성을 악용해 타인에게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 또한 비일비재하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스포츠선수, 유튜버, 심지어 미디어에 잠깐 비친 일반인들까지도 이른바 ‘악플러’들의 표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중 악플러들에게 가장 만만한 표적은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연예인들이다. 악성댓글의 수위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부모님 욕부터, 성희롱성 댓글까지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댓글들이 매일 수천·수만 개씩 불특정 다수에 의해
전라남도 보물찾기 영상콘테스트 응모분야: UCC/영상 접수마감: 2019.03.18.~2019.11.15. 2019 한국전력 미디어콘텐츠 공모전 응모분야: 디자인, UCC/영상, 캐릭터/만화 접수기간: 2019.09.04.~2019.11.15. 2019년 대학(원)생 사회복지 프로그램 기획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접수기간: 2019.09.02.~2019.11.22. 불법경마 예방 홍보 동영상 공모전 응모분야: 디자인, 광고/마케팅, UCC/영상 접수기간: 2019.10.10.~2019.11.24. 2019 과천시 블로그·유튜브 콘텐츠 공모 이벤트 응모분야: 광고/마케팅, 사진, UCC/영상, 문학/수기, 캐릭터/만화 접수기간: 2019.08.12.~2019.11.30.
이른바 ‘조국 대전’으로 아직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국론 분열’을 걱정한다. 한 쪽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고, 다른 쪽은 ‘조국 구속’, 심지어 ‘대통령 탄핵’까지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으며, 이 진영들 간의 대결에서는 그 어떤 상호 인정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으니, 그 걱정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걱정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의 것이다. 첫 번째 걱정은 방금 언급한 ‘걱정’에 대한 걱정이다. ‘국론’이라는 것은 그 존재 사실부터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당위성의 관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적 상식이 아닐까. 국가란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 속에 살면서 저마다 다른 가치와 신념을 지닌 자립적 주체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니, 건전한 국가란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인정하면서 공정한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경쟁, 교섭, 연대 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국론’이라는 단어에는 오로지 한 방향의 주의만이 절대적으로 옳으니 모든 구성원이 그것에 순종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그러기에 그 단어의 소극적 추종자들은 ‘분열’을 걱정
계명대출판부 신간 행복의 철학 이유택/2019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서양 철학의 태동기부터 제기되어온 만큼 서양철학의 역사는 행복 물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서양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소크라테스, 플라톤, 스토아 학파, 니체, 카뮈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철학자 18명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밝힌 책이다. 강의 교재로 활용하기 위해 출판된 책인 만큼 저자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설명과 많은 원전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행복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며, 나아가 서양 철학의 역사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과 안목도 갖추게 될 것이다. ● 문의: 출판부 580-6233 동산도서관 신착 도서 독선과 아집의 역사 바바라 터크먼/조민, 조석현 역/2019 최근 대한민국 정치의 좌우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나 정치만은 3, 4천 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라는 말처럼 반만년을 이어 온 우리나라의 정치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역사책 저술로 두 번의 퓰리처상
“저마다 나름대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거지. 우리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옳아.” 까뮈의 <정의의 사람들>에 등장하는 아나키스트 테러단원 칼리아예프의 말이다. 그는 인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혁명에 가담했다. 시(詩)가 혁명적이라고 믿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 탈옥한 그의 다른 동료 스테판은 오직 폭탄만이 혁명적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 그보다 정의를 사랑해. 그건 인생 이상의 거야!”라고 스테판은 외친다. 총 5막으로 구성된 연극<정의의 사람들>은 첫 장면부터 칼리아예프와 스테판의 대결 구도로 시작된다. ‘반항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이념, 혁명, 예술 그리고 사랑과 죽음을 들춰내려는 연극이다. 1949년 12월에 초연된 <정의의 사람들>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하면, 폭력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대응 폭력이 옳은 것인가란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문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때에 발생하는 갈등과 유사하다. 가령 칼리아예프는 1막에서 “우리는 누구도 살인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