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제1회 계명신동집시문학상’ 시상식이 행소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이번 문학상에는 총 8백80편의 창작시가 접수됐으며, 심사에는 신용목(문예창작학) 교수, 서영희(Tabula Rasa College) 교수와 이태수 시인, 조용미 시인이 참여했다. 그 결과 강진환(문예창작학·박사과정) 씨의 ‘명상 과일’이 최종 당선됐다. 강진환 씨는 “공부를 하고 시를 쓰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며, “이번 수상을 더 나아가라는 뜻으로 새기고, 앞으로도 열심히 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시상식 이후에는 문학예술포럼이 열려 김연덕 시인의 초청 강연이 진행됐다.
명상 과일 강진환 첼로는 왜 가만히 있지 않는 걸까 나는 음료를 들이켰고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에서 조금 흔들렸다 턱수염을 붓처럼 단 남자가 눈인사를 했다 큰 악기를 다룰 때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다리 사이로 호수가 밀려들었다 촛불을 켜도 될까요 모과는 반짝 서 있다 유리컵을 통과하는 빛을 한 모금 머금은 채 옆의 사람이 속삭인다 저 첼로처럼 안아 줄래요? 누군가 손을 대면 포르르 떨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유리컵 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유리컵 뒤에 서 있었다 선율이 바닥을 쓸어가고 모두 눈을 감고 흔들렸다 흔들린다는 사실이 모든 걸 흔들고 있었다 감은 눈을 다시 한번 감고 우주에서 지구를 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호흡을 해요 우주를 떠다니는 과일이 있다고 생각합시다 모과입니다 어둠 속의 빛, 빛 속의 어둠은 모과입니다 모과가 손바닥에 올려지고 모과는 여러분을 보고 있어요 향도 냄새도 우주로 날아가고 모과는 이제 아주 고귀한 우주의 모과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턱수염의 남자가 컵에 음료를 따르고 무대에 오른다 첼로를 우주처럼 안고서 현을 켠다 하나둘 눈을 감는다 모두가 눈을 감는다 보고 있다 정말 모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모과처럼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