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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노교수께 사죄하라


여든의 서정범 교수가 평생 봉직해 온 경희대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했다. 30대의 여성 무속인 권씨가 그를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했는데, 이에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대대적인 기자회견과 농성, 강력한 항의로 징계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여든의 명예교수는 참으로 불명예스럽게 교수 연구실을 떠났다.

조사가 끝나지 않은 이상 그 어떤 ‘피의자’도 ‘피고인’이 아니다. 혐의를 받았다 해서 무조건 죄인으로 만들어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심각한 인권 침해다.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사법 질서의 기본인 ‘무죄추정의 원칙’조차 저버리면서까지 은사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데 동분서주했다.

검찰 조사 결과 서 교수는 무죄로 판명 났다. 무속인이 제출한 녹취록을 정밀 감식해 보니 테이프 내용은 모두 ‘짜깁기’였다. 권씨는 편집 기술을 동원해 그동안 교수와 함께 있었던 내용을 교묘히 짜 맞췄고, 치마 등 성폭력의 증거물을 만들어냈다. 모두 조작이었다. 담당 검사는 ‘앙심’을 품고 누명을 씌운 범죄로 규정하고, 오히려 무속인 권씨를 무고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실은, 성별이 뒤바뀐 채 끝났다. 가해자는 여자였다.

서 명예교수는 어린 ‘제자’들에게 ‘명예 살인’ 당했다. 명예란 한번 더럽혀지면 다시 원상 복구되기 어려운 것임을, 그래서 그 한 번의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어떤 이는 목숨까지 내놓는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녀들이 너무 어렸던 것일까?

갓 스물의 ‘여제자’들은 오직 남자라는 이유로 노교수를 ‘성폭력범’으로 타도하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무속인 권씨는 바로 그런 ‘편견’의 틈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그녀의 사기에 가까운 범죄행위가 이토록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데는, 여성은 늘 피해자라는 인식으로 똘똘 뭉친 경희대 총여학생회와 같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남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는 데 ‘성폭력’ 연루보다 더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신시켜 준 것이다. 사실 여부는 뒷전이다.

노교수의 평소 인격을 거론하는 것으로는 이 맹목적인 어린 여학생들을 설득하는 데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다만 여든의 노인이 삼십대의 젊은 여자를 강제로 제압할 수 있는가 하는 ‘상식’마저 남자와 여자라는 편견이 가려버릴 정도였다는 데서 이 사건은 ‘참극’에 가깝다.

노교수를 파렴치한으로 모는 데는 초고속이었던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정작 진실이 밝혀지자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신중론을 고수한 채 사죄를 미루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경거망동에 대해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 서정범 교수 앞에 엎드려 석고대죄 해야 마땅하다. 노교수는 ‘제자’들을 용서했는지 모르지만, 이 사회는 지금 그녀들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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