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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군주론

1. 마키아벨리는 ‘악의교사’인가?
‘악의교사’ 혹은 ‘독재자를 위한 지침서를 쓴 사악한 정치이론가’로 알려진 마키아벨리는 중세와 근대의 경계지점을 산 사람이다. 특히 『군주론』 집필 당시의 이탈리아는 이웃 강대국의 침입 때문에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리는 상황이었고, 인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군주론』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의 이탈리아가 처한 특수한 상황의 산물로, 마키아벨리가 조국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룩하고 인민들을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에서 해방시킬 새로운 지도자를 위해 쓴 책이다. 즉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녹아 있는 작지만 풍부한 내용을 가진 이 책은 지도자가 통일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겪게 될 어려움들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자세와 자질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친절하게 제시해 놓았다. 『군주론』은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의 지식과 인문학, 특히 역사에 대한 통찰이 녹아있는 지식 융합의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그 현실의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2. 현명한 잔인함이 진정한 자비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가 당위에 집착하면 권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그가 이 악덕의 실천을 무조건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악덕일지라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아무리 작은 악덕일지라도 일상적인 경우는 피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군주가 정치적 결정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는 반윤리적 행위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윤리적 가치나 종교적 이념으로부터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군주에게 현실적인 행동 지침임을 기억해야 한다.

3. 위정자는 기만자이며 위장자가 되어야 한다.
마키아벨리에게 정치는 군주의 역량(virtu)이 실현되어야 할 준엄한 현실의 장이었다. 그가 파악한 당대의 정치현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변화 속에서 폭력과 힘의 논리 그리고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이전투구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정자는 내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지켜야하고, 외적으로부터도 국가와 인민을 보호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인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데 정치상황은 종종 통치자에게 기존의 규범을 벗어나 행위할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위정자들에게는 능숙한 위장과 기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자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남성다움)을 의미하고, 여우는 설득 혹은 관계 맺음의 지혜를 의미한다. 군주가 여우의 책략을 사용하더라도 여우다운 기질을 잘 위장해서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위정자는“능숙한 기만자이며 위장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비롭고 신의가 있고 인간적이고 정직하고 경건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4. 인민들에게 미움과 경멸을 받는 건 피해야 한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인민들에게 미움과 경멸을 받는 것이다. 군주가 미움을 받는 것은 탐욕적이어서 신민의 재산과 그들의 부녀자를 강탈하는 것 때문이고, 군주가 경멸받는 것은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생각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의 행동에서 위엄, 용기, 진지함, 강건함을 과시해야 한다. 인민들에게 미움과 경멸을 받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인민이 그에게 만족하도록 한다면 군주는 정치적인 위험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즉 군주가 음모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책들 중 하나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근대 초기에 이미 인민들의 새로운 정치적 역량을 간파한 마키아벨리의 혜안은 동시대인들보다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5. 노예처럼 살지 말고, 자유로운 군주처럼 삽시다. 단 하루만이라도…
일반적으로 『군주론』은 처세학의 바이블 혹은 간사한 기회주의자와 악독한 독재자의 교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종교나 윤리적인 선입견을 배제하고 『군주론』을 저자의 입장과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서 이해한다면 그 책의 내용이 전제군주나 독재자를 웅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운명의 압박이나 상황의 불리함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군주가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주는 그 역량(vrtu)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르투는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이나 운명(포르투나)을 극복하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행운도 그것을 읽어내고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비르투)이 없다면 아무른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마키아벨리는 “나와 함께 지옥에 가더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노예처럼 살지 말고, 자유로운 군주처럼 삽시다. 역사와 미래를 바꾸는 주인공이 되십시오!”라고 말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는 위정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민 각자가 군주처럼 주체적 인간으로 살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군주론』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각자의 삶의 주인이 되라고 요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우리를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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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