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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장자

장자(莊子)의 생애에 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전한(前漢)시기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중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에 275자로 간결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전기에 의하면, 장자의 이름은 주(周), 자(字)는 자휴(子休)이며, 전국(戰國)초기 송(宋)나라 몽성(蒙城, 지금의 河南省 商丘縣의 동북쪽)사람이라고 전해진다. 그의 생애나 행적은 역사적 자료가 부족하여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사기』 와 『순자(荀子)』 등 선진제자 서적의 기사 및 『장자』 외·잡편에 산견되는 장주설화 등에 의하면, 약 기원전 369년에 태어나 기원전 286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맹자(기원전 약 372∼289년)와 동시대 사람이며, 몽성의 작은 관리인 칠원리(漆園吏)를 잠시 역임하고 평생 벼슬하지 않고 자연에 숨어 청빈하게 살았다고 전해지지만, 명가(名家)의 대표적 인물인 혜시(惠施, 기원전 약 370∼310년)와 친하게 교류하며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것을 본다면 그가 완전한 무명인으로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초(楚)나라 위(威)왕으로 부터 재상의 부름을 받았으나 이를 사양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는 정치적·사회적으로 극히 혼란하고 불안정한 시기였다. 이러한 환경 아래서 많은 사상가가 나와 자기들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이른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였다. 장자도 이런 시대적 환경에서 태어나 자신의 사상을 피력한 사상가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일반적으로 노자(老子)의 사상을 이어받아 도가사상을 대성했다고 하여 「노장사상」이라는 병칭으로 불리우나, 제자백가(諸子百家)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이다. 보통 그가 노자를 이어받아 도가를 발전시켰다고 하지만, 그의 사상은 노자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시처럼 풍부한 상상과 뜻의 함축이 느껴지고 뛰어난 기지와 풍자가 신선한 표현 중에 넘치고 있다. 특히 자기의 사상을 증명하기 위하여 다른 일에 빗대어 얘기하는 우언(寓言)의 원용은 소설보다도 더 흥미를 느끼게 하는 특별한 풍격을 가지고 있다.

장자는 중국 고전 철학사에서 아주 독특한 존재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治國平天下)’는 유가적 현실사상과 ‘형상에는 실체가 없다(色卽是空)’는 불교사상과 다르다. 노자의 무위(無爲)의 도리를 계승한 장자는 ‘하는 것은 없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없다(無爲而無不爲)’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상을 집대성 해 놓은 것이 철학사에 빛나는 『장자』이다.
『장자』는 의론문과 우화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 6만 5천여 자에 33편으로 내편7, 외편15, 잡편11의 3부로 나뉘어 있다. 내편의 7개 편은 테마에 의하여 붙여져 편명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외편, 잡편은 모두(冒頭)의 문자를 취하여 기계적인 편명으로 되어 있다.

『장자』 일서는 심오하고 현묘한 철학사상과 생동감 있는 구체적인 형상이 문장에 잘 녹아 있으며 추상적인 논리사유와 구체적인 형상사유가 결합되어 상상력이 풍부하고, 그 문장 구조가 독특하고, 필치가 완곡하며, 그 기세는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우며 사상적 내용이 심오하고, 언어와 문장의 선별이 정교하고 기묘하여 선진제자 중에서 절대적인 명문으로 평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사상사와 문학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후대에 끼친 영향 또한 심원 광대하다.

장자는 노자(老子)와 마찬가지로 도(道)를 천지 만물의 근본 원리로 삼고, 어떤 대상에 욕심을 내거나 어떤 일을 이루려 하지 않으며(無爲),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여야 한다(自然)고 주장하여, 노장사상(老莊思想)이라고 불리는 도가(道家)를 이룩하게 되었다.

한편, 후한(後漢) 때부터 일어난 도교는, 노자를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신격화하고 개조로서 추대했지만, 그에 따라 장자도 신선화·신격화되어 양(梁)의 도홍경(陶弘景)에 의해 진령(眞靈)의 지위에 놓였다. 이러한 장자사상은 뒷날 위진현학(魏晉玄學)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고 <죽림 칠현>의 사상적 기준을 제공하는 동시에 불교사상과 결합해서 <장석(莊釋)의 학(學)>을 낳고, 나아가 중국 선(禪)사상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그 자유분방한 사상의 표현전달을 지지하는 독특한 비유와 우화에 풍부한 『장자』의 문체는 선진 제사 중에서 출색의 명문으로서 문학적 가치가 높다.

당(唐) 현종(玄宗)은 그에게 남화진인(南華眞人)이라는 호를 추증하였으므로, 『장자』는 『남화진경(南華眞經)』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읽혀지게 되었고 송(宋)·명(明) 이학(理學)은 유학을 위주로 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장자철학을 수용하여 장자의 초탈사상은 자연주의 경향이 있는 문학과 예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장자 사상은 중국 사람들의 중요한 생활철학의 일면으로 발전하였으며, 한국에서는 조선 전기에 이단(異端)으로 배척받기도 하였으나 산림(山林)의 선비들과 문인들이 그 문장을 애독하였다.

장자의 도가사상은 후일 유구한 도가철학의 흐름을 열었을 뿐 아니라 정치, 종교, 문학예술의 다양한 방면에 그 영향을 끼쳤는데 그의 사상적 영향이 가장 큰 분야는 문예방면으로서 시문(詩文)과 서화(書畵)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의 사상이 예술철학의 근간으로 작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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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