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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세계에는 여러 고전이 있다. 고전 중에 가장 짧은 분량의 고전을 꼽으라면 노자의 ‘도덕경’을 들 수 있다. 이 책의 분량은 대략 5천 자 정도이다. 5천 자는 A4 3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다. 오늘날 서적 분량으로 한 권의 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책의 분량이 가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필자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많은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필자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그 당시 필자는 대학을 왜 다녀야 하는지, 철학과 학생이었지만 철학이 무엇을 배우는 학문인지도 모를 정도로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고,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만 열중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중에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필자는 당시 학교 제도가 싫었다. 틀에 박힌 사회 체제에도 회의를 느끼고 있었으며 학교도 다니기 싫었다. 그 당시 필자가 얼마나 공부하기 싫어했는지는 독자들도 쉽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철학과 교수님들은 매번 지혜의 사랑만을 강조하시니 얼마나 듣기 싫었겠는가? 그런데 이 책에서 ‘지혜가 출현하여 큰 거짓이 있게 된다’는 구절을 접하는 순간 필자의 그간 죄책감을 지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필자만을 위한 책으로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읽어내려 갔다. 이 책은 심오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당시 필자의 지식수준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필자가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즐거움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은 무엇인지 등 삶 자체를 반성해 보게 되었다. 당시 이런 질문을 친구들에게 던지면 친구들은 필자를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놀려댔지만 필자는 재미있었다. 그때부터 철학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에도 그때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철학 공부는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동학들에 비해 해야 할 공부도 더 많았고, 무척 힘든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학 공부도 어려웠지만 현실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힘든 순간마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노자의 ‘광풍은 아침 한나절을 부리 못하고, 폭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 누가 이렇게 하는가?’(스물 셋째 장)라는 구절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도 언젠가는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노자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극한대에 이르면 다시 반대 현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하면서 이를 도(道)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행한 삶은 반드시 행복한 삶으로 전환하고, 힘든 상황은 순조로운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도)라고 노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불행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노자는 이러한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는 비움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텅 빈 공간이 있어서 그릇의 기능을 얻을 수 있다. 문과 창문을 내어 방을 만드는데, 그 텅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방의 기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有)는 이로움을 내주고 무(無)는 기능을 하게 된다’(도덕경 열한째 장)라고 하였다. 그릇의 모양을 보고 그릇이라고 단정하지만, 그릇은 그 텅 빈 공간 때문에 존재한다. 이와 같이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사물은 모두 텅 빈 때문에 존재한다. 노자는 이 텅 빈 상태를 무(無)라고 표현하였다. 노자는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되고, 춥고 더워지고, 높은 곳이 낮은 곳으로 변할 수 있는 것 모두 이 텅 빈 공간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노자는 우리 인간이 의지와 목적으로 인해 특정한 어느 하나에 치우쳐 사물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도를 체득하고 중심을 잡고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불행하고 힘들지만 그 불행 안에는 이미 행복이 숨어 꿈틀거리고 있다. 즉 불행은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반대로 지금 행복하다면, 그 행복 또한 영원할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안에는 불행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겸손한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 노자는 이를 위해 무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비움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많은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노자의 목소리에 한 번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떤가? 각박한 지금의 현실에 있어 이 책은 ‘삶의 힐링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자가 들려주는 도덕경의 구절들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자신의 삶을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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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