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코너에 몰려 불면증으로 또 밤을 새버린 어느 날에나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담아두고만 살았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적은 없다는 것. 무엇이, 어떤 것이 나인가. 나는 이제껏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하강의 이미지로서의 고민이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 내가 세상을 싫어하는 이유... 아래로 심연으로 구렁텅이로 파고들어가는 날들의 연속. 나는 ‘더 높은 곳의 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짧은 여행 중 만났던 새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히 날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새.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가 봤을 땐 제자리에 머물며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하는 존재. 여행 중 마주했던 그 새는 또 다른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