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동두천 2.0℃
  • 맑음강릉 4.4℃
  • 맑음서울 4.2℃
  • 맑음대전 5.6℃
  • 맑음대구 7.5℃
  • 구름많음울산 7.3℃
  • 구름조금광주 7.1℃
  • 구름많음부산 9.2℃
  • 구름조금고창 1.7℃
  • 맑음제주 8.5℃
  • 맑음강화 0.3℃
  • 맑음보은 1.5℃
  • 맑음금산 2.8℃
  • 구름많음강진군 3.6℃
  • 맑음경주시 3.1℃
  • 구름많음거제 5.3℃
기상청 제공

[기자칼럼] 방향을 잃은 혁신 기술

URL복사

요즘 SNS에서는 얼굴을 합성하는 어플이 인기를 얻고 있다. 흔히 ‘딥페이크(deep fake)’로 불리는 이 기술은 딥러닝과 속임수를 뜻하는 페이크의 합성어로 영상 속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합성해주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딥페이크를 활용할 경우 일반적인 CG로 100일이 걸리는 작업을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딥페이크를 이용해 자신의 친구 혹은 유명인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 기술로 각광받던 딥페이크는 어느덧 가짜 뉴스와 보이스피싱, 성착취물 제작 등 범죄의 도구로 전락했다. 네덜란드 보안 업체(Deeptrace)가 2019년에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사용 목적의 96%가 포르노그래피인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 및 기타목적은 고작 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는 신종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이 기술로 제작되는 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인의 얼굴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느 SNS에 ‘합성’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이른바 ‘지인 합성’으로 불리는 딥페이크를 만들어주는 계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SNS에 게시한 사진이 도용되어, 피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단순 유포를 넘어 딥페이크를 직접 제작, 유통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취재에 따르면 이들 영상을 만들어 판매한 가해자들의 나이는 겨우 10대에 불과했다. 딥페이크 기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점차 가해자의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는 성범죄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종류의 범죄에도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보이스피싱은 이제 타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유럽에서는 딥페이크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한국 또한 이러한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은 물론이다. 지난 9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1천400건의 딥페이크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층 정교해지고 첨단화된 기술은 범죄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던 꿈의 기술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고 ‘딥페이크’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는 어느덧 ‘범죄’의 동의어가 되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적 허위영상물의 제작 및 배포를 금지하는 성폭력범죄처벌 개정안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됐지만, 딥페이크 범죄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기술이 부를 파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이 혁신으로 남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하루 속히 마련되기 바란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살 떨리는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늙은 부부의 순애보: 영화 ‘아무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아무르’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신파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러티브를 활용한 완벽에 가까운 형식미를 통해서 탁월한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탁월함, 그 살 떨리는 완벽주의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아무르’의 도입부에서 외출 후 열려 있는 문, 도둑에 대한 잡담, 한밤에 깨어 있는 아내, 건네지지 않는 양념통, 흘러넘치는 커피 물을 통해서 사소한 일상에서 극적인 문제로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를 천의무봉의 솜씨로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이용해서는 아내의 뇌질환 발병을 일단 부정한 후 다시 제시하는, 이야기가 직선적인 순서로 나아가는 단순한 방식을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서 ‘눈 위로 걸어간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이야기의 인위성을 가리면서 아내의 뇌 질환이 확인되는 극적인 순간을 스크린 위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도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