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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식수 문제 해결 방안

30년 간 갈등 중인 대구 식수 문제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대구 취수원 이전보다 낙동강 재자연화가 먼저

 

“강이 흐르면 유속이 생겨나고 여울과 습지가 생겨나면서 강의 자정작용도 되살아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녹조는 자연히 소멸하게 될 것이고, 수질은 더욱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대구 식수 문제 현황은?

91년 3월 발발한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 사태를 비롯하여 10여 차례의 큰 수질 오염사고는 대구 지역사회에 먹는물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이 모든 수질오염 사고의 원인은 대구 취수원의 상류에 있는 구미산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구미산단에서 취급하는 수천 종의 화학약품에서 비롯되는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의 공포가 대구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9년 1-4다이옥산 파동이 터졌을 때 대구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로 옮겨가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식수 문제와 낙동강 수질오염의 상관성

이는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사실은 식수원 상류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그 순간부터 비롯된 문제였다. 식수원 상류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낙동강은 1천3백만 영남인의 식수원이다. 이러한 거대한 식수원에 구미산단을 비롯한 여러 산업단지가 산재해 있다. 낙동강을 따라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경제개발이 지상 과제였던 시기에 일어난, 미래를 전혀 내다보지 못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식수원 상류에 산단을 들여놓았으면 수질오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체제가 있어야 했지만 그것도 철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취수원 이전에 대한 명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취수장 공동사용 협정, 임시방편인가 해결책인가?

그러나 대구 취수원의 구미 해평 이전을 통해  수질오염 사고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우선 최근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낙동강의 녹조 독소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수 없다. 2012년 들어선 4대강 보로 인해 매년 초여름이면 낙동강 전역에 녹조 현상이 발현된다. 녹조 현상은 단순히 강물을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을 넘어 녹조에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이 독은 독극물의 대표격인 청산가리의 100배 수준의 맹독이고,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의하면 발암물질이다. 이것은 인간의 간과 폐, 신경, 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최근에는 정자와 난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생식독성 문제까지 야기되고 있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이 위험천만한 물질이 식수원 낙동강에서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도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과 무와 배추에서 적지 않은 양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녹조로 인한 공포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구가 이전하고자 하는 해평 또한 녹조 문제에 있어 전혀 자유로운 곳이 아니다. 따라서 해평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만들어놓은 낙동강 보를 헐거나 수문을 열어서 낙동강을 다시 자연성이 살아있는, 흐르는 강으로 만들 때만이 녹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수량 문제가 발생한다.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 논리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로 인해 풍부한 수량이 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였다. 만약 녹조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낙동강 보의 수문이라도 열게 되면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은 옛말이 되고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당장 수량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과연 구미가 대구에 약속한 30만 톤의 물을 나누어줄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일 것이다. 지금도 구미시민들은 대구 취수원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아마도 구미시민이 들고 일어나 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군다나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공짜가 아니다. 구미에서 대구로 물을 실어오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55㎞가 되는 도수로를 깔아야 한다. 그 돈이 적어도 5천억원 이상은 소요된다. 국민혈세를 또 투입해서 새로운 토건공사를 벌여야 되는 것이다. 부담은 대구시민들에게도 전가된다. 바로 물값이 올라간다. 대구 취수원이 구미로 옮겨가는 순간 광역상수도체계에 편입되기 때문에 수자원공사에 내야 하는 원수값이 톤당 53원에서 2백34원으로 인상된다. 물값이 4배 이상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해평으로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한들 구미공단 위에 있는 김천공단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는 오염덩이공장 영풍석포제련소로부터 나오는 카드뮴, 비소 같은 발암물질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자, 이렇게 구미로 취수원을 이전한들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 상류에 있는 김천공단,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는 여전한 채로 국민 혈세만 5천억원이 투입돼야 하고 대구의 물값만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대구시민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을 마냥 좋아할 일일까?

게다가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취수원 이전의 도미노 현상을 불어오게 된다. 대구가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는 순간 중류의 수질관리는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오염부하는 고스란히 부산·경남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되면 부산·경남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부산·경남의 취수원도 옮겨가려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취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낙동강이 취수원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대구 식수 문제 근본적 개선 방안은?

따라서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산단에서 문제가 되는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은 원천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로 폐수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해서 폐수를 정수해서 계속 재사용하게 만듦으로써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막힌 강이 아닌 흐르는 강으로 만드는 것이다. 강이 흐르면 유속이 생겨나고 여울과 습지가 생겨나면서 강의 자정작용도 되살아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녹조는 자연히 소멸하게 될 것이고, 수질은 더욱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낙동강을 재자연화시켜서 물을 흐르게 하면 녹조는 자연스레 소멸하고 총인처리시설도 확충되고 강 안의 농지도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수질은 과거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되면 각 지역에서 스스로의 물을 관리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상류, 중류, 하류가 함께 낙동강 물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영남이 더불어 사는 길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는 강은 인간들만을 위한 공간이 절대로 아니란 사실이다. 강은 무수한 생명이 함께 이용하는 공존의 공간이다. 물고기를 비롯한 물속 생물부터 고라니, 삵, 너구리와 같은 네발짐승에 이르기까지 뭇 생명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존의 공간인 것이다. 이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라도 낙동강 재자연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각 지역의 물은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수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 공존의 철학이 다시 꽃피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