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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

"교제폭력에 대한 편견 및 통념 바로 잡아야"

 

 

● 교제폭력 무엇이고, 얼마나 발생하고 있나

교제폭력이란 현재 사귀는 사이,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한다. 이미 교제관계를 정리한 이후에도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제폭력의 발생은 서로 만나는 중, 그리고 결별 이후에 발생하는 폭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데이트폭력이란 용어로 더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2023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교제폭력 발생 신고건수는 7만 건을 상회하고, 그 중 12,800여명이 검거되었다.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다툼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교제폭력의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등을 망라한다.

또한, 교제폭력의 집중적 피해 연령은 20대이지만, 10대를 포함하여 60대 이상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교제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고, 그에 따른 처벌도 무겁다고 볼 수 없다. 2022년 기준 검거인원 중 단 1.67%만이 구속되었다.

 

 

● 교제폭력의 징후는 무엇일까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런 갈등도 없다면, 어느 한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고 눈치를 보며 감정을 맞춰주는 관계일 수 있음을 오히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 속에 있다면 이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면서 사사로운 갈등을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해 나간다면 더 돈독하고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이러한 진통 속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밀한 관계, 서로 사귀는 과정에서의 폭력은 느닷없이 발생하기보다는 폭력 발생을 예견할 수 있는 여러 징후를 동반한다. 그중에 가장 위험한 전조증상은 ‘통제’이다. 주의할 것은 통제가 항상 강압적인 외형을 갖추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집에 일찍 귀가하도록 종용하는 것,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도록 애원하는 것, 다른 옷차림을 할 것을 부탁하는 것 등은 상대를 향한 걱정과 염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네가 걱정되서 그러는 거야’, ‘너를 보호하고 싶어’, ‘다른 사람이 너에게 관심 갖는게 싫어서 그래’ 라는 상대의 말들은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정말 걱정하고 위해서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무리 온건한 방식이라 하더라도, 나의 일상을 감시하려들고,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해 자신이 결정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애인이라면 그 관계는 폭력적으로 변질되기 쉽다. 내가 선택하는 것을 비난하고, 폄하하며,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항상 옳다는 태도를 지닌 자는 곁에 두면서 관계를 이어나갈 가치있는 사람은 아니다.

 

● 교제폭력에 대한 통념 바로잡기

폭력은 충고나 조언의 모습을 가장한 가벼운 통제에서 강압적 통제로,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 그리고 신체적 폭력으로 점차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교제폭력 가해자의 특징 중 하나는 폭행을 저지른 후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눈물로 사죄하고 약속하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들은 ‘진짜 반성했겠지’, ‘이번에는 달라지겠지’라며 헤어지려는 마음을 되돌려 만남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반복된다는 것, 때리고 나서는 울면서 빌고, 다시는 때리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되돌리는 행위 그 자체가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통제라는 것을 반드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제폭력에 대한 가장 나쁜 통념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헤어지지 않는 피해자도 문제’라는 편견이다. 결혼도 아닌 교제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헤어지면 바로 폭력적인 관계도 종결될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상황 인식은 피해자 비난을 초래할 뿐이다. 피해자가 단순히 결별을 선언한다고 해서 교제폭력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별을 원한다는 의사표현으로 인해 피해자가 더 크게 다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결별을 선언하고 헤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살해당하기도 한다. 많은 경우 가해자들은 ‘너와 헤어지게 된다면 자살하고 말겠다’면서 피해자를 괴롭히고 죄책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피해자 스스로의 힘으로 폭력적인 관계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제폭력에 대한 엄중한 공권력이 개입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교제폭력 해소는 성평등 문화와 관계 깊어

교제폭력의 원인을 흔히 가해자의 ‘정신병력’이나 ‘성격장애’로 돌리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면밀히 관찰하면 강자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감정을 잘 통제하면서, 피해자에게는 극악무도한 행태를 보이는 자들이 많다. 피해자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처벌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분노조절장애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응당 자신의 지시에 순응하고,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저열하고 비뚤어진 성차별적 인식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교제폭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제폭력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울이는 관련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에 대해서 한치의 관용도 베풀지 않겠다는, 가장 가까운 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겐 선처 따윈 베풀 필요없다는 단호한 사회·문화적 태도를 양산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한 일에 모두의 힘을 보탤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