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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가지 없는 포도나무의 앙상함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


종교를 중심에 둔 영화들의 영원한 테마는 ‘구원’이다. 주인공은 대개 일련의 시험을 거치면서 죽을 만큼 괴로워하고 방황하지만 마침내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 수도자로 거듭난다. 문제는 시련과 구원의 양상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면 성직자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신앙에 도전하는 요인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들이 복음을 전해야 할 대상인 신자들의 고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7년의 가톨릭 신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너무도 고색창연하게 된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제작지원을 받으며 만들어진 이 ‘예술영화’는 타르코프스키의 저 유명한 영화들에서 모티브를 따왔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기적’으로 끝난 엔딩 장면에 이르도록, 영화가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인 구조(構造)를 직조해내지 못했다. 고민은 고민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기적은 기적대로 각각 따로 놓여 있다. 민병훈 감독의 연출은 인과관계를 푸는 데는 인색하고 내면의 풍경에만 집중했다. 마치 젊은 신학생의 고민은 ‘여자 문제’ 말고는 없다는 듯이 단순 구도로 몰아갔다. 영화의 뼈와 살이 될 ‘잔가지’들은 쳐내고 예정된 결론만 남은 셈이다.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갓 스물의 신학생이 겪는 고뇌와 격정의 한 시절을 그려냈다. 겉으로만 최우등생인 수현(서장원 분)은 사랑하는 수아(이민정 분)와 신부의 길을 놓고 번민을 거듭한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친구 강우는 신학교를 떠나지만, 수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느님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는’ 그의 우유부단함은 수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결국 수현은 방학 중 포도밭이 있는 수도원에 머물다가 그 곳에서 몽환과도 같은 만남과 뉘우침 끝에 마침내 ‘구원’의 순간과 마주한다.

젊디젊은 남자들이 신께로 향한 오직 ‘하나의 사랑’ 앞에만 순명하기로 서약한다는 것, 21세기 자본주의 광풍 속에 아직도 그런 ‘꽃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길을 가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는 영원히 은밀한 동경이다. 부러움만도 연민만도 아닌 관객의 어떤 존경심이 실은 이 영화의 가장 든든한 배경일 것이다.

실제로 배밭과 포도밭을 일구는 남양주 불암산 자락의 요셉 수도원은 영화 속에서 황량하면서도 신성한 깨달음의 공간으로 묘사되었다. 그럼에도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신앙을 숙명으로 택한 이들의 번민과 21세기 종교의 고뇌를 헤아리지 못했다. 세상의 현란한 유혹을 단순히 ‘여자’라는 미혹으로만 표현하고, 정작 수도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물신의 마력을 모른 체 했다. 심지어 신부가 되려면 매정하게 정신적 ‘거세’만 해내면 될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수현이 어렵사리 지켜낸 ‘순결’이 고결해 보이지 못한 이유다. 안타깝지만 감독 또한 ‘예술’과 ‘스크린’이라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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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