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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휴머니즘을 가장한 선정성의 극치

'고맙습니다'


잔인하다. 아이는 에이즈 환자다. 엄마는 ‘현실감각 제로’에 경제력 없는 미혼모이고, 함께 사는 증조할아버지는 중증 치매다. 세상에 이보다 더 콩가루인 집안은 없다. 이쯤 되면 얼핏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세상에 이런 일이’의 아프리카 편이나 ‘사랑의 리퀘스트’ 특집에나 소개돼 마음 약한 시청자를 울리는 게 제격일 설정이다.

그러나 이들 삼대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 어느 작은 섬 ‘푸른도’다. 수혈 도중 에이즈에 걸린 봄이(서신애 분)네 가족의 희귀한 인생유전이 MBC 수목 드라마 ‘고맙습니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재동)의 주된 내용이다.

에이즈라는 낯선 질병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고맙습니다’는 자사의 대표적 오락 프로 ‘느낌표’ 중 ‘산 넘고 물 건너’의 콘셉트를 살짝 빌려왔다. 문명이 비껴간 무릉도원 푸른도에는, ‘웰컴 투 동막골’보다 더 착하고 순박한 환상의 이웃들이 거주한다. 잠시 나쁜 마음을 먹었던 이들도 이 섬에 발을 딛고 살다보면 곧 착한 본성을 되찾는다. ‘서프라이즈’에나 소개될 전설 같은 동화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아이, 특히 아픈 아이에 약하다. ‘고맙습니다’ 또한 봄이의 불행과 눈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중매체 속의 아픈 아이들은 거의 날개만 없지 천사의 현신들이다. 아픈 아이는 여느 철학자 못잖은 심오한 대사들을 쏟아내며 어른스럽게 부모를 타이르고 위로한다. 아픈 아이는 부모를 울리고 울리다 마침내는 전국의 시청자를 울보로 만든다.

사실 ‘고맙습니다’는 박신양·서신애 주연의 영화 ‘눈부신 날에’를 브라운관으로 옮겨온 아류작이다. 이 두 작품은 그야말로 아홉 살짜리 여배우 서신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품들이다. 두 편 모두에서 아비 없는 자식으로 태어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서신애의 연기는 단 몇 초 만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아이의 안타까운 하루하루가 시청자를 TV 앞에 앉게 한다. 그러나 시한부 사생아의 에이즈 투병기는 설정이 너무 특이해 리얼리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요즘 드라마 속에서 또 하나의 천사로 각광 받는 치매 노인까지 합세해, 봄이와 증조할아버지 ‘미스타 리’(신구 분)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지만, 사실 그들의 명연기만 빛날 뿐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면 이제 웬만한 병으로는 약발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독하고 무지막지한 설정 속에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절박한 이야기에만 한 줄기 감동과 눈물을 보일 만큼, 가족애는 메마른 감정이 돼버린 것일까?

‘고맙습니다’는 휴머니즘을 가장해 아이와 질병을 도구화시키고 있다. 에이즈에 걸린 아이가 일깨우는 가족애와 휴머니즘은 시청률 제고를 위한 극약 처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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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