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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골목, 대구골목투어 - 세 번째 이야기

삼덕봉산문화길, 골목에서 따뜻한 삶의 향기를 맡다


근대문화골목을 지나 세 번째로 향한 ‘삼덕봉산문화길’은 골목투어에서 가장 긴 코스(4.95km)로, 탐방하는 데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삼덕봉산문화길은 국채보상운동의 시민정신을 기념하고자 설립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시작으로 해서 대구광역시기념물 제2호로 지정된 건들바위를 끝으로 한다. 이번 코스에서는 강석순 봉산문화협회장과 이창원 김광석 길 기획운영자를 만나 이야기나누어 볼 것이다. 삼덕봉산문화길의 주요장소들을 걸으며 대구시민들이 내뿜는 따뜻한 삶의 향기에 취해보자.


● 대구의 시민정신을 기억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이번 코스의 출발지는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다. 넓은 공원 내에는 갖가지 색을 뽐내는 초목과 꽃들이 시민들의 휴식을 도와주고 있다. 국채보상기념공원은 1907년 대구에서 비롯한 국채보상운동의 시민정신을 기념하고 도심지내 녹지 공간 확보 및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공간 제공을 위해 세운 공원으로, 동인동에 위치하고 있어 ‘동인공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달구벌 대종을 비롯하여 국채보상운동기념비, 국채보상운동여성기념비, 국채보상기념관이 공원에 있어 대구시민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현주(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학예사) 씨는 “국채보상운동은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시민들이 주도한 대표적인 구국운동이었습니다. 전 국민이 애국정신을 발휘해 너 나 할 것 없이 국채를 갚기 위해 힘썼죠. 범국민적으로 벌인 우리나라 최초의 NGO운동이면서 부녀자와 기생 등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운동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원 내에 있는 달구벌 대종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조성을 계기로 대구시의 발전과 번영을 위하여 1998년부터 1999년에 걸쳐 설치한 종으로서 매년 1월1일 ‘제야의 종’을 울리며 대구 시민에게 새해를 알리고 있다.


● 거리 인테리어, 삼덕동 문화거리

삼덕초등학교를 지나 걷다보면 골목사이사이로 벽화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알록달록한 벽화는 인근 주거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삼덕동은 천덕(天德)·지덕(地德)·인덕(人德)을 합하여 3가지 덕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동네로 2000년대부터 새로운 마을공동체로서 ‘따스함이 있는 마을’을 슬로건으로 골목투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길을 걷다보면 이름처럼 마을 어귀부터 참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리병과 병뚜껑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든 벽화가 있는가 하면, 익살스럽고 귀여운 벽화, 고풍스럽고 담백한 멋을 보여주는 벽화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다.

벽화마을을 구상한 김경민(YMCA·사무총장) 씨는 벽화마을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끼리의 친목도모와 시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담장 허물기’를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골목투어 안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삼덕문화거리에는 벽화 말고도 볼 것이 많다. 재활용 아트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한옥식 고옥 마고재와 알록달록한 색을 뽐내는 특이한 모양의 자전거들과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희망자전거 제작소. 또 미술관으로 변신한 옛 삼덕초등학교 교장 관사였던 빗살미술관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거리에 이야기를 더하다, 김광석 길

삼덕동 문화거리에서 나와 방천시장 쪽으로 향하면 방천시장 옆 골목의 김광석 동상이 통기타를 들고 앉은 자세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관광객들은 김광석 동상 옆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 바쁘다. 앞쪽으로 쭉 이어진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아기자기한 건물벽에는 김광석을 추억하는 벽화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가사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 국밥을 내밀며 웃는 모습 등 김광석의 생전 모습들이 사진과 그림으로 남아있어 웃음을 자아내고 김광석과 그의 노래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광석 길의 주인공 김광석은 1964년 대구시 대봉동 방천시장 번개전업사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성장한 김광석은 1984년에 데뷔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했던 음악인으로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먼지가 되어>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60대 노부부 이야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수십 곡의 명곡을 팬들에게 추억으로 남기고 1996년 세상을 떠났다.

오른쪽으로는 분식집과 카페, 추억의 문구점과 기념품 가게가 틈틈이 자리를 차지하며 손님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보았던 김광석의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잔잔히 흘러나와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 봉산문화거리

김광석 길에서 나와 경대사대부설중·고등학교를 지나 반월당역 쪽으로 걷다보면 큰 조형물이 눈에 띈다. ‘Media Sky-봉산하늘’의 이름을 가진 이 조형물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설치되어, 이제는 봉산문화거리를 알려주는 중요한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의 인사동 거리’라는 별명을 가진 봉산문화거리는 60여개의 화랑, 화방, 표구사 등이 밀집된 문화예술거리이다. 연중에도 수시로 전시, 강연, 거리공연 등 여러 문화 활동들이 활발하게 열려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의 거리임을 증명하고 있다.

유성근(중구청·문화진흥과) 선생은 “봉산문화거리는 대구 전 지역을 통틀어 화랑이 가장 밀집되어있는 곳으로, 여러 전시·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며 “단순히 전문가들의 거리가 아닌 예술을 접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가치 있는 거리이다”고 말했다.

조형물을 시작으로 길을 따라 걷다보면 특이한 모양의 건물 하나가 눈에 띄는데, 이 건물이 바로 봉산문화회관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봉산문화회관은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박기범(봉산문화회관·관리운영팀) 팀장은 “우리 회관은 도심 부근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쉽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장소”라며 “특히 ‘유리상자’라는 365일 전시공간을 마련해 청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회관을 소개했다.


● 조상들의 정신을 잇는 교육의 장, 대구향교

봉산문화거리 다음으로 만나볼 장소는 조상들이 공자를 기리고 공부를 하던 대구향교다. 정문인 외삼문 앞에 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듦과 동시에 외삼문의 웅장함이 향교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문을 지나 향교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들과 숲이 어우러져 아늑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많은 한옥들 사이에서도 금색이나 회색이 아닌 흰색 공자상이 눈에 띈다. 최영자(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 해설사는 “대구향교는 중국 청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백옥으로 만든 공자상을 기증받았으며, 국내에서 백옥 공자상이 있는 유일한 향교로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대구향교는 대구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돼있다. 김희석(대구시청·문화체육관광국·관광과) 선생은 “옛 조선시대에 지역 공립학교로 쓰였던 곳으로써 비록 장소는 옮겨졌지만 원형을 잘 복원하여 지켜나가고 있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대구향교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명륜당은 대구지역 유림들이 모여 학문과 도의를 닦던 곳으로 현재까지도 이곳에서 사서경전 강의, 전통혼례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 조상들의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대구골목투어 세 번째 이야기-삼덕봉산문화길’을 주제로 골목 여행을 떠나 보았다. 팍팍한 현실 속에 사람냄새가 배어있는 장소가 그리울 독자들에게 한 그루 나무 그늘 밑에서의 휴식 같은 여행이 되었기를 바란다. 다음호에 걸어 볼 골목은 ‘남산 100년 향수 길’이다. 골목투어의 마지막답게 볼거리와 이야기가 많은 코스이다. 향수를 담은 길을 걸으며 향수에 취해 추억을 여행해보자.● 인터뷰1 - 봉산문화거리의 예술인들을 대표하는 강석순 봉산문화협회장

"­신인작가들이 서로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하는 거리로 만드는 것이 목표"


봉산문화협회 소개

우리 협회는 1993년 제1회 봉산미술제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생겨난 단체입니다. 협회는 화랑회원 16개와 특별회원 25개로 구성되어있고, 매년 봄에는 도자기축제, 가을에는 미술제를 열어 침체되고 있는 미술계를 부흥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구 시민들이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많은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시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계의 명소, 봉산문화거리

봉산문화거리는 보기 드물게 많은 예술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 거리에 들어오고 싶어 할 정도로 미술계에서는 명소라고 할 수 있죠. 다른 예술거리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발전시켜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차분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은 거리에 오면 생소해서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선입견을 버리고 편하게 구경하시다 갔으면 좋겠어요.


협회 활동계획 및 목표

목표는 항상 하나입니다. 신인작가들이 서로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하는 거리로 만드는 것이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도자기축제나 미술제를 비롯한 전시활동을 꾸준히 진행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편안한 문화거리가 되었으면 해요. 또한 한창 꿈을 펼쳐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더욱 많은 전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협회장이 아닌 작가로서의 개인적 바람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있는 미술계가 다시 활기를 찾는 것입니다.● 인터뷰2 - 김광석 길을 기획한 인디053 이창원 대표

"그저 저마다 보이는 대로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을..."


예술과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곳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추억 속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싫어 그를 사람들 기억 속에 남길 방법을 구상하고 있던 중 김광석이라는 유명한 가수가 태어난 곳을 활용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에 방천시장의 ‘문전성시’라는 프로그램을 기회 삼아 도전하게 되었어요. 방천시장 옆 조용한 골목이 예술과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바뀌기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했습니다. 저는 기획자로서, 친구는 예술가로서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만의 정서로 노래를 부르던 가수

김광석은 타고난 해석능력을 가지고 노래를 하는 가수였습니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내 이야기를 듣는 듯이 공감됩니다. 김광석 노래는 김광석만의 정서를 가지고 있어요. 세월이 지나도 계속 공감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20대 때 가슴 아픈 사랑을 겪고 ‘거리에서’를 듣거나 30살이 되어갈 무렵 ‘서른 즈음에’ 같은 노래를 들으며 공감할 수 있죠. 김광석이 살아있었다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서 지금도 좋은 노래를 많이 부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거리 되길

예쁜 벽화거리를 걷는 느낌으로 가볍게 걷는 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광석의 팬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산책하듯 걸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거리니까요. 김광석 세대가 아니더라도 관광객들이 그저 ‘김광석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저 저마다 보이는 대로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