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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 생계 밀착형 코믹 잔혹극

정성스럽고 참된 것이 성실이다. 성실하게 살면 행복하고, 그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의로운 세상이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성실히 살아도 행복의 빛은커녕 더욱 더 불행해진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난 8월 예술영화전용관 중심으로 개봉돼 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변주한 ‘성실한 나라’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물론 성실이 부정되고, 가식과 탐욕이 진실을 이기는 ‘아주 이상한 나라’다.

이 나라의 소녀 수남(이정현)은 열심히 살면 다 된다는 사실을 믿는 성실한 앨리스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지 잘했다. 자격증만 14개나 된다. 주판을 배웠고, 타자기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등장하는 바람에 그녀의 성실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다행히 취직도 하고, 사랑하는 남자(이해영)까지 만났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힘을 바쳐 성실히 일하는 그녀. 그러나 남편이 귀가 멀어 그동안 모은 돈을 수술비로 날린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했다. 어느 날 남편은 손가락까지 잘리고 결국은 자살을 시도해 식물인간이 된다. 남편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신문배달에 청소, 전단지 배포, 식당 주방일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했다.

힘들게 마련한 집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면서 희망이 되살아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균형 개발을 외치며 자신들만 재개발되려는 정신상담사(서영화)와 극우 퇴역군인 도철(명계남), 분노조절장애자 형석(이준혁) 등에 의해 그 희망마저 꺾일 때 그녀는 분연히 일어선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 ‘심리치료’는 그녀가 부엌칼을 들고 정신상담을 받으면서 회상하는 과거의 이야기고, 두 번째 ‘님과 함께’는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에 휘말리는 현재의 수남을 담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세 번째 챕터 ‘신혼여행’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코믹 잔혹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잔혹한 장면이 몇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하드고어 영화들이 보여주는 ‘잔혹’보다는 요즘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슬픔’이 짙게 배여 있고, 복수의 통쾌함도 있다. 나약한 한 소녀가 어떻게 꿈이 좌절되고, 거대한(?) 힘에 맞서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성 짙은 스릴러물이 더 맞겠다.

스타일도 경쾌하다. 생계 밀착형으로 배운 신문과 명함 던지기가 살상무기화되는 등 전제와 결말의 매개체도 정교하게 배치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데뷔작 ‘꽃잎’의 신들린 소녀 이정현의 연기가 일품이다. 명계남 등 조연들의 연기도 몰입도가 높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비 2억원의 저예산 독립영화다. 그러나 120억원을 투입한 ‘협녀, 칼의 기억’이 줄 수 없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기발하고 신선함에 컷편집과 클로즈업 등의 촬영과 편집, 주제의식을 담은 연출까지. 데뷔작을 낸 안국진 감독은 “노동의 댓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상에 바친다”고 말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의 한이 서린 영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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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