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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온도


봄은 마음이 설레는 계절이다. 알싸한 봄기운이 사람의 체온을 살짝 높여주는 호르몬 작용 탓이다. 이 호르몬은 봄엔 여자에게, 가을엔 남자에게 더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예전에 꽤 오래 동안 남자 친구가 없었던 나에게 주위 사람들이 위로랍시고 봄엔 남자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고 했다. 남자보다 더 많은 수의 여자들이 연애가 하고 싶어지는 봄엔 상대적으로 남자가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덧붙여 남자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가을을 기다리라는 충고도 매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이 말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꽃이 지천으로 피고 밖으로 놀러가고 싶은데 아직 ‘연애의 온도’를 재볼 상대가 없다면, 한 편의 연애영화를 보며 따끈한 연애의 온도를 느껴 보는 것도 넘치는 호르몬에 대한 좋은 처방일 듯하다. 그래서 빤한 상술인줄 알면서도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를 겨냥해 연애를 소재로 한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극장가를 어김없이 찾아온다. 작년 이맘때 <건축학 개론>을 보며 풋사랑의 시작을 공감한 관객이라면, 올해는 연애의 바닥까지 탈탈 털어 보여주는 <연애의 온도>를 권하고 싶다.

<연애의 온도>는 3년간 사내 연애를 하는 이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 커플이 ‘우리 헤어져’한 뒤 더욱 뜨거워져 재결합했다가 다시 식어가는 연애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보통 연애 3년이면 연애의 바닥을 드러낸다. 3년 정도 사귄 남녀가 싸울 때는 살벌하다. 보복도 다양하다. 험담도 하고, 서로의 선물을 박살내고, 비열한 수단으로 상대의 새로운 연애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난다. 연인이 사랑하다 헤어졌다면 슬퍼해야 하는 순간인데 왜 웃음이 나는 걸까. 사람의 사랑이 너무 유치해서 그런다. 내가 사랑할 땐 몰랐는데 진짜 그렇게까지 유치한지 몰랐는데, 영화 속 연인들이 연애를 하면서 티격태격 해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웃긴다. 진짜 내가 저렇게 유치해? <연애의 온도>는 ‘그래, 진짜 저렇게 유치해’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그 공감의 기억이 이 영화를 더 볼만한 영화로 만들어 준다.

더 큰 장점은 연애라는 이 이상한 감정놀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연애의 온도>는 연애의 시작이 아니라 연애를 끝내고 나서 다시 만나게 되는 연인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다른 멜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숨 거는 사랑은 없지만, 손가락 오글거리는 이벤트 같은 연애의 거품을 모두 걷어내고 연애의 민낯을 보여준다. 흔히 감정과잉으로 치닫기 쉬운 멜로영화가 냉정하기까지 한 건 큰 장점이다.

여기에 이민기와 김민희. 두 배우의 호흡도 좋고, 모델 출신인 두 연기자의 시원한 비주얼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연애 기류가 완연하게 흐르는 봄을 겨냥한 극장가의 전략이 적중해 <건축학 개론>에 이어 올해도 잘 만들어진 연애 영화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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